한국일보>

김동욱 기자

등록 : 2017.06.20 04:40

[단독]정부 말만 믿고 밴 사업 뛰어들다 도산 위기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IC단말기 교체사업으로 52억 날릴 처지

등록 : 2017.06.20 04:40

여신협회서 제공 받은 명단 엉터리

일일이 전화해 35만곳 추렸지만

지난 1년간 교체는 1만여건 불과

정부, 신규사업자 실적 미미하자

기존 밴사도 사업 참여 지침 바꿔

사단법인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2년 전 정부와 여신금융협회가 추진한 영세가맹점 대상 집적회로(IC) 단말기 교체 사업에 참여했던 걸 요즘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정부와 협회 말만 듣고 밴(VAN)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도산 위기에 몰려 50억원대 투자금을 모두 날릴 처지이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지난 2015년 7월 입찰을 통해 영세가맹점 65만곳의 마그네틱(MS) 신용카드 단말기를 해킹이 불가능한 IC 단말기로 교체할 사업자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스마트카드, 금융결제원 3곳을 선정했다. 이들은 당시 시장에서 형성된 밴수수료(113원)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평균 46원)를 적어 내 최종 사업자에 선정됐다.

이는 이 사업을 통해 밴사 간 경쟁을 붙여 부풀려진 밴수수료를 낮추려는 당국의 의도도 반영된 결과였다. 카드사가 카드결제 때마다 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추면 결국 가맹점수수료도 낮출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이후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정규직 직원 20명도 새로 채용했다. 카드 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52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당장 협회에서 제공받은 65만개의 단말기 교체 대상 가맹점 명단부터 엉터리였다. 기존 밴사들이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었다. 당국과 협회도 어쩔 수 없다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에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3개월에 걸쳐 65만개 가맹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미 폐업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35만곳을 추려냈다. 나머지 30만곳에서도 무자격 가맹점이 많아 결국 지난해 1년간 단말기 교체 건수는 1만2,000개에 그치고 말았다. 다른 선정 사업자도 마찬가지여서 3개 업체의 단말기 교체 실적은 총 6만건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신규사업체의 점유율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기존 대형 밴사들은 자비로 고객 가맹점 단말기를 무료로 바꿔주는 파격 영업을 펼치며 작년에만 전체의 67%에 달하는 44만개 가맹점 단말기를 교체했다. 엉터리 명단을 전해 받은 신규사업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형 밴사들은 자체 영업 명단으로 손쉽게 단말기를 교체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월 신규사업자 3곳의 교체실적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기존 밴사 13곳도 단말기 교체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지침을 바꿨다. 이는 기존 밴사들에게도 단말기 교체비용을 보전해주겠다는 의미다. 대신 밴수수료(모든 사업자 공통)는 75원으로 통일시키고 과당경쟁 방지 차원에서 신규사업자에겐 ‘30% 쿼터’를 보장하기로 했다.

신규사업자들은 30% 쿼터제조차 영세가맹점의 잦은 폐업과 신규진입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수수료를 모두 75원으로 같게 만들면서 애초 당국이 내세웠던 수수료 경쟁도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이 사업의 1차목표는 단말기 전환”이라며 “모든 사업자가 수수료를 75원으로 통일하면 결국 전체 수수료를 낮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측은 “신규사업자가 신속히 단말기를 바꿀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정부의 탁상 대책을 비판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단말기의 빠른 교체도 중요하지만 불합리한 밴수수료를 바로 잡자는 애초 사업 취지가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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