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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중퇴 ‘진품 흙수저’에서 게임업계 ‘잡스’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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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중퇴 ‘진품 흙수저’에서 게임업계 ‘잡스’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누구?

입력
2018.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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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올해 신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향후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제공
방준혁 넷마블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올해 신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향후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제공

스스로를 ‘진품 흙수저’라고 불렀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 탓에, 이삿짐도 수시로 싸야만 했다. 초등학교 시절, 나섰던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는 순전히 학원 비용 마련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고교 2년 당시 “단지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바보짓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과 담임선생님까지 설득시켜 자퇴의 길로 들어선 것도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국내 게임업계에 새 이정표를 쓴 방준혁(50)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의 까칠했던 학창시절 얘기다.

요즘 방 의장은 말 그대로 게임업계 ‘블루칩’이다. 우선, 그가 키워낸 넷마블의 실적이 눈부시다. 넷마블은 2017년 매출 2조4,248억원과 영업이익 5,096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대비 61.6%, 72.9%씩 급증한 규모다. 매출 2조원대 클럽 가입 발표는 국내 게임업계에선 처음이다. 넷마블의 현재 시가총액만도 13조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넷마블을 국내 게임업계의 아이콘으로 성장시켰지만 ‘진품 흙수저’ 태생인 방 의장이 가시밭길을 피할 순 없었다.

넷마블게임즈 제공
넷마블게임즈 제공

◆ 평범함을 거부한 태생적 성격…시행착오는 정해진 수순

사실, 굴곡진 그의 인생여정은 평범함을 거부했던 태생적인 성격과 무관치 않았다. 군 제대를 마치고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회사 월급쟁이에 만족할 그가 아니었다. 방 회장의 도전은 시작됐고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30대 초반, 야심 차게 벌였던 인터넷영화와 위성인터넷 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확실한 비전과 체계적인 경영 전략 없이 나섰던 무모함이 실패를 가져왔던 셈이었다. 그렇게 쓴맛을 맛봤던 그는 1999년 게임업체인 ‘아이팝소프트’의 외부 투자를 전담한 사외이사로 기용되면서 변곡점을 찾게 된다. 이듬해인 2000년 아이팝소프트가 위기에 처하자, 방 의장은 이 업체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업계에 진출하면서부터다. 당시, 설립자본금 1억원에, 8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이 업체가 18년 만에 2조원대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한 ‘넷마블게임즈’의 전신이었다. 방 의장의 경영능력은 이 때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3년 사업 확장을 위해 영화투자배급사인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편입, 이 회사의 콘첸츠 기획과 생산, 마케팅 등에 대한 노하우를 흡수하면서 내공을 키웠다. 파격적인 실험도 이어졌다. 방 의장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타사 개발 게임 유통의 ‘퍼블리싱’ 사업과 부문 유료화, 문화상품권 결제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방 의장의 시도는 주효했고 마침내 모회사였던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할 만큼, 내실도 탄탄해졌다. 이후 내놓은 신작들의 흥행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넷마블은 지난 2004년 CJ그룹에 매각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넷마블의 기세가 꺾인 건 방 의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난 2006년에 찾아왔다. 넷마블을 CJ그룹에 넘긴 이후에도 경영에 전념해 온 방 의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사퇴를 했던 시점이었다. 19개의 자체 개발 신작들이 모두 참패를 맞봤고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최대 수익원이었던 ‘서든어택’은 타회사로 서비스권이 넘어갔다.

넷마블게임즈 제공
넷마블게임즈 제공

◆ “여전히 배고프다”

다급해진 CJ그룹 측에선 방 의장에게 ‘긴급구조요청’를 보냈다. 이에 주변에선 “침몰하는 배에 올라타는 것”이라며 부정적이었지만 방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침몰했지만 엔진만 고장 났을 뿐이고 고치면 핵잠수함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며 2011년6월 넷마블로 전격 복귀했다. 그는 우선 수 백억원의 적자를 냈던 당시 넷마블의 전 직원을 모아 놓고 비전부터 제시했다. 신성장동력으로 ‘모바일 게임’을 천명한 그는 “5년 안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게임사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조직 개편 등을 통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방 의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바람을 타고 국내외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팽창한 것. 달콤한 열매도 따라왔다. 2012년 ‘다 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두의 마블’과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레이븐’, ‘마블 퓨처파이트’ 등의 신작들이 잇따라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경쟁력을 인정, 지난 2014년말엔 중국 기업인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약 5,500억원)의 대형 투자유치까지 이끌어냈다. 이는 텐센트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후, 넷마블은 안정궤도에 진입했고 질적인 성장세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수확할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재도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게임업체들의 치밀한 기획과 수준 높은 그래픽 수준, 간결해진 시스템 설계 등은 위협적이란 게 그의 평가다. 넷마블은 이에 ‘인공지능 게임’ 개발 등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도 확보해 나가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게임 개발에서 반 발짝이 아니라 한 발짝은 앞서 나가야 합니다.” 그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올해 신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밝힌 청사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해법 카드로 보였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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