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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입력
2017.08.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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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업ㆍ농촌은 유달리 잦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를 제때에 못하는가 하면, 주먹만한 우박이 내려 과일은 물론 농심(農心)에도 생채기를 남겼다. 지난해 말 발생한 역대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도 금년 내내 축산농가를 괴롭혔다. 갑작스런 폭우로 농경지가 침수된 농업인들도 올해 농사를 망치는 게 아닌지 근심이 가득하다.

농업재해 현장을 갈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깝고 가슴 아픈 장면들을 접하게 된다. 얼마 전 청주 수해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농작물이 자라던 비닐하우스 안으로 토사가 쓸려와 쌓여있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삶의 터전이 흙더미로 변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 허망함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망쳐버린 농업인들에게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 그 애달픔은 또 얼마나 오죽할까.

지난해 전 세계 자연재해 피해액은 약 210조원으로 지난 4년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2006년 이후 10여 년 간 자연재해로 연 평균 5,47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복구에는 2배에 가까운 연 평균 1조835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풍과 호우가 전체 피해액의 90% 가량을 차지하며 농업ㆍ농촌에도 많은 손실을 주고 있다.

7월과 8월은 태풍이 잦은 시기이다. 1904년 기상관측 이래 태풍의 60% 이상이 이 시기에 발생했다. 더구나 8월 태풍은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힌 경우가 많다. 지금껏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은 2002년 발생한 ‘루사’로 강릉 지역에 강한 바람과 하루에 870㎜의 비를 쏟아내며 무려 5조원이 넘는 피해를 끼쳤다. 다행히 8월 첫 주말 태풍은 우리나라를 비켜갔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태풍이 올라 올지 모른다. 농부들로서는 걱정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말이 있다.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불똥이 튀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화근을 미리 방지한다는 뜻이다. 자연재해를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규모는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음을 일러주고 말이다. 안일함과 태만이 화를 키우는 인재(人災)임을 경계하자는 의미도 크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기상예보를 주의 깊게 듣고 논밭의 둑과 도랑 등 시설을 사전에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게 필수다. 그 동안 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지더라도 농작물재해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는 등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농협은 우리 농업인들이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풍성한 결실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농업재해 예방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NH 위드(With)’를 통해 기상상황을 농업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앱도 완성단계다. 또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여 피해현황 파악과 인력 및 재해복구자금 지원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51개인 농작물재해보험 대상품목을 확대하고 보험료 인하 등을 통해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 농작물 재해 발생 시 보상처리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빠른 영농활동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가고 성금과 구호물품이 도착하고 있다는 따뜻한 소식이 들린다. 복구와 함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청객을 거뜬히 이겨낼 준비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이 땅의 농업인들이 농사에만 전념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활짝 열어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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