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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엔 정규직 실제론 계약직” 입사부터 두 번 우는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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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엔 정규직 실제론 계약직” 입사부터 두 번 우는 취준생

입력
2018.08.28 04:40
수정
2018.08.29 11: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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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 바라는 마음 이용해

정규직 채용공고 올린 뒤 말바꿔

과태료 부과 사업장 3곳 불과

처벌 경미해 관련법 있으나마나

“구직자, 불이익 우려 신고 안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니, 분명 정규직이라 그랬잖아요.”

취업준비생 김시현(27)씨는 이달 초 취업알선 사이트에서 ‘정규직 모집’ 공고를 보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금융서비스업체를 찾아갔다. 그러나 면접이 끝나고 업체가 내민 근로계약서를 보고는 당황했다. 사전에 공지하고 말한 것과 달리 ‘6개월 계약직’이라고 적시가 돼 있던 것. “말이 다르지 않냐”는 항의에도 업체는 “정규직이 맞다”고 둘러댈 뿐이었다.

‘정규직’이라고 채용 공고를 낸 뒤 정작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계약직’이라고 말 바꾸기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바라는 취업준비생 마음을 이용한 일종의 꼼수인데, 이를 단속해야 할 법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는 김씨 말고도 회사의 ‘말 바꾸기’에 뒤통수 맞았다는 푸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동 포털 사이트 ‘노동ok’에는 ‘정규직인줄 알고 3번의 면접 끝에 합격했는데, 계약서를 쓸 때가 되자 계약직을 권유하더라’는 고민 사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와 달리 일단 자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역량을 보여달라’고 했다는 청원이 올라 있다.

한 업체는 4월 신입ㆍ경력 수시 채용 모집 공고 고용 형태에 ‘정규직’이라 표기했다가 1차 면접 전형 이후 계약직 채용이란 사실을 통보해 비난을 받았다. 이어 “인사 담당자 실수로 ‘정규직’ 채용으로 잘못 노출됐다. 최종 합격자들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 회사를 지원했던 한 준비생은 “두 달이나 전형을 치른 뒤에 그런 얘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저작권 한국일보]청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청 신동준 기자

문제는 이런 말 바꾸기를 제재할 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취업알선 사이트 등을 통해 근로조건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청약(請約)의 유인(誘引)’이라 하는데, 이러한 ‘청약’은 근로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장해도 근로기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나마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서 ‘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처벌되는 경우도 드문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과태료 처벌을 받은 사업장은 3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모두 200만원 미만으로 처벌이 경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올 때에 한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것도 법의 한계”라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우려돼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구인자는 채용 공고 시 임금과 근무시간 등의 근로조건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채용절차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월 발의됐지만, 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직장갑질119의 김유경 노무사는 “해당 법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노동 관계자들이 태반”이라며 “실질적인 법률 활용을 위해 적극 홍보를 비롯해 당국의 관리감독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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