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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중독에 중독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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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중독에 중독되지 맙시다

입력
2016.09.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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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없다

윤명희 지음

율리시즈 발행ㆍ232쪽ㆍ1만3,000원

고개를 100도 이상 푹 꺾어서는 들여다보는 꼴이 보기 싫다. 차라리 받침대 위에 놓고 좀 물러나 보라 해도 돌아서면 그 뿐. 다시 보면 머리가 아예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다. 그만 보라 좋게 타이르면 “조금만 더” “이것만 보고”라는 말만 반복될 뿐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뺏으러 갔더니 눈은 쾡하고 입은 헤~ 벌어졌다. 그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딱 한 단어 밖에 없다. 바로 ‘중독’.

여럿 마음 상하고 다치게 만드는, 골칫덩이 스마트폰 얘기다. ‘중독은 없다’는 그래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모두가 스마트폰 따윈 내던져버리자는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는 시대에 저자 윤명희는 지나친 중독 논의가 오히려 잘못됐다고 말한다. 블로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청소년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활동한 전문가의 얘기다.

그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중독시켜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직접적이라기보다 다른 요인과 연계돼 효과가 나타나는 간접적이고 매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술 같은 것에 중독되는 ‘물질 중독’과 달리 스마트폰 중독은 ‘행위 중독’으로 분류된다. ‘행위 중독’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요란하게 선전되는데, 정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행위 중독은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사회적 관습이나 규범에 따라 가변적인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도 가능해진다. 하루 8시간 열심히 게임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 중독을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8시간 하면? 성실하다고 칭찬할 것이다. 일을 8시간 하면? 애썼다며 월급을 준다. 게임 8시간도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 아이의 장래 희망이 프로게이머라면? 어여 우승하라 할 것이다. 행위 중독엔, 언제가 그 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들어가고 그 판단은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미디어, 심리학 전문가들 연구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스마트폰이 아이를 악당으로 만들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악당으로 여기는 시선이 아이를 진짜 악당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문화를 오직 ‘중독’의 관점에서만 바라 보는 것은 “낙인이자 편견이자 실제로는 비관심”이라고까지 선언한다. 스마트폰 때문이라면, 답은 스마트폰 뺏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나니까. 어쩌면 가장 단순한 대답을 원하는 우리의 욕망이 문제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미디어는 늘 천덕꾸러기였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되자 말을 바꿨고, TV는 바보상자이고, 비디오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스마트폰은 그 다음에 등장한 마녀일 뿐이다. 해답은 결국 미디어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구성된 관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화끈한 맛이 부족하다. 중독이란 말에 너무 중독됐나 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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