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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홍종학 ‘절세 테크닉 레벨’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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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홍종학 ‘절세 테크닉 레벨’ 물어봤더니…

입력
2017.11.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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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증여세 절세를 놓고 탈법이냐 편법이냐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권과 세무당국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홍 후보자가 과세율을 낮추기 위해 지분을 쪼개 증여하는 것이나 일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위법 경계선을 넘지 않은 말 그대로 ‘절세 테크닉’인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 감당해야 할 도덕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물려 받아본 적도 또 앞으로 물려 받을 예정도 없는 기자는 갑자기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세무 전문가들도 무릎을 칠 만한 깜작 놀랄 절세 수법이라면 기삿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근거없는(?) 기대감도 취재 동기가 됐습니다.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은 크게 세 부분에서 이뤄졌습니다. 홍 후보자 장모가 보유한 서울 중구 충무로 상가와 압구정동 아파트. 그리고 역시 장모 소유의 경기 평택시 소재 상가 건물과 그에 딸린 토지입니다.

2015년 홍 후보자의 아내와 딸은 그의 장모로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5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 지분을 4분의 1씩 증여 받습니다. 상가 절반의 지분은 홍 후보자의 처남이 가져갔습니다. 지분 4분의 1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8억 6,500만원이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표 구간이 5억~10억원 이하일 때 증여세율은 20%에 불과하지만, 5억~10억원 이하 일 때는 30%, 10억~30억원 이하일 때는 40%로 단계별 할증됩니다.

홍 후보자 부인이 모친으로부터 충무로 빌딩 지분 절반을 받았다면 증여액 과표가 10억원 구간을 넘어 40%의 세율을 적용 받게 되는 거죠. 홍 후보자 부인과 딸이 쪼개기 증여를 받은 이유입니다.

앞서 홍 후보자는 2013년에도 장모에게서 압구정동 한양아파트(128㎡) 한 채를 아내와 공동명의로 증여 받았습니다. 역시 과표 구간을 낮추려는 쪼개기 증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 후보자 가족의 이러한 절세 테크닉에 대한 레벨 평가를 전문가에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평가는 레벨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이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세무사는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지분을 쪼개거나 일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사는 “홍 후보자가 비판 받는 절세 테크닉은 세무 당국 안내 책자 등에도 나와 있는 기초적인 지식으로, 레벨을 평가할 만한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홍 후보자 가족의 ‘증여+매매’ 기술에 대한 평가를 요청해봤습니다. 홍 후보자 부인 장 모 씨는 2016년 2월 어머니부터 평택시 지산동의 한 상가 지분 절반을 물려받았습니다.

상가는 토지 1229㎡(371평)와 건물 404.20㎡(122평)로 돼 있는 데 장씨는 토지는 증여를 받고, 건물은 언니와 함께 매매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매를 하면 증여세 과표 구간을 낮출 수 있어 ‘증여+매매’라는 복합 절세 테크닉을 쓴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죠.

이 정도면 상급 기술로 인정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했습니다. 기본중의 기본 초식이라는 거죠.

또 다른 세무사는 “증여 받는 사람이 돈이 있다고 하면 절세를 위해 매매를 권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계사 역시 “세금을 아끼는 게 목적이고 수중에 돈이 있다면 매매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이걸 절세 테크닉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쪼개기 증여’나 ‘증여+매매’ 방식은 소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뤄지는 절세 방법이라는 걸 알 게 됐습니다. 이걸 엄청난 기술의 절세 테크닉으로 생각했던 기자는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현실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홍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이 기본중의 기본 방식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같았지만 홍 후보자 행위에 대한 평가가 정치 성향별로 다른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세무사는 “홍 후보자가 탈법을 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부자들의 증여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해놓고 자신은 절세를 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회계사는 “증여세를 올리자는 홍 후보자 주장대로 입법이 됐다면 홍 후보자는 자신이 세금을 더 낼 것을 감내하고 그러한 주장을 펼친 것”이라며 “현행 법률 기준 내에서 절세를 한 것을 두고 홍 후보자를 비판하는 야당의 행태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듣다 보니 홍종학 후보자의 절세 테크닉 그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제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청와대와 여권이 홍 후보자 행위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엄청난 결격 사유라며 홍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홍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는 오는 10일 열립니다. 위법ㆍ탈법이 아니더라도 홍 후보자 절세에 대한 국민 감정과 여론이 그의 장관 임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중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말과 다르게 행동해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쪽과 말을 그렇게 했다고 현행 법에서 인정하는 절세방법을 피해 굳이 세금을 더 내야 하냐는 주장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정치적 중도를 지향한다는 조세전문 변호사는 “어쨌든 정치인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에둘러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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