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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기자의 TV다시보기] 예능 성공 팁, 마리텔·냉부에게 물어봐

입력
2015.08.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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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냉장고를 부탁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케이블 채널에 ‘화장대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의 포맷뿐만 아니라 제목까지 고스란히 베낀 것이다. 해당 방송사와 제작진도 이를 인정한다. KBS ‘미래 스타 스쿨-예띠TV’는 어떤가. 내용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과 다르지만 인터넷 방송의 포맷을 차용한 점에서 참신함이 없다. ‘베끼기 논란’이든 ‘쏠림현상’이든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조차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낸 ‘냉부’와 ‘마리텔’은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간 TV에서 방영한 적이 없는 냉장고를 녹화 스튜디오에 대령하고, 스튜디오에 마련된 개인 공간에서 연예인들이 1인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는 시도는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이 활개치는 요즘 방송가에선 그야말로 역주행 아이디어다. ‘쿡방’과 ‘인터넷방송’은 각종 분야에서 활용되는 콘텐츠가 됐다.

트인 배경과 다채로운 자연을 보여주지 않아도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은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경쟁 구도 때문이다. ‘냉부’는 15분간 유명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하고, ‘마리텔’은 인터넷 방송 동안 접속자 수(시청률)로 대결한다. 진행자들이 시간을 체크하며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출연자들은 대결이라는 압박 속에서 긴장의 끊을 놓지 않는다. 그들이 깊게 내쉬는 숨소리조차 시청자에게는 즐거움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또 출연자들도 연신 바뀐다. ‘냉부’는 냉장고를 기꺼이 공개하는 연예인 2명이 매주 바뀌고 세프들도 고정적이지 않다. ‘마리텔’ 역시 종이접기 연구가 김영만, 마술사 이은결, 디자이너 황재근 등을 영입해 방송인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자막 센스도 남다르다. 정창욱 셰프에게 ‘맛 깡패’라고 붙여준 ‘냉부’의 자막은 현재 각 방송사에서 ‘연기 깡패’ ‘패션 깡패’ 등으로 활용돼 긍정적인 표현으로 탈바꿈했다. ‘슈가보이’ ‘맛있쥬?’ 하는 백종원식 표현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댓글 자막은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서 경쟁적으로 차용해 쓴다. ‘마리텔’의 영향력이다.

가장 무서운 건 메인 PD들의 평행이론이다. ‘냉부’의 성희성(39) PD와 ‘마리텔’의 박진경(34) PD 모두 30대이고, 이들이 앞서 해당 방송사에서 연출했던 프로그램이 5개도 안 된다.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진두지휘한 프로그램이 히트를 쳤다는 점도 똑같다. SBS 프로덕션, 싸이더스HQ 등 외주제작사에 몸을 담고 방송계에 먼저 입문한 성 PD는 SBS ‘토요 스타클럽’, MBC ‘위대한 탄생’ 등을 연출한 경험이 있지만 메인 PD 경험 없이 2011년 JTBC로 이적해 ‘칸타빌레’ ‘당신을 구하는 TV, 우리는 형사다’ ‘신화방송’ ‘청담동 살아요’ 등의 조연출로 일했다. 박 PD도 ‘무한도전’과 ‘사남일녀’의 조연출 경력이 전부다. 이런 두 사람이 방송가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밀어 방송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공교로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현재 방송가가 알아야 할 성공 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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