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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없는 '환자식' 이제 그만... 스테이크 갈비찜도 먹는다

입력
2017.0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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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식ㆍ러시아식ㆍ태국식 등 외국인 환자 입맛에도 맞춰

서구화된 식습관, 외국인 환자 증가 등으로 병원의 환자식이 바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중동 환자가 할랄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구화된 식습관, 외국인 환자 증가 등으로 병원의 환자식이 바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중동 환자가 할랄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환자식을 먹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수술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군대 짬밥처럼 맛이 없다는 뜻이다.

환자식은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상태에 맞게 제공된다. 그래서 일반 음식처럼 짜고 맵고 단 음식이 아니어서 맛이 없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환자식도 이에 맞춰 ‘변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 몽골 등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이들에게 맞는 식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환자식은 일반식과 치료식으로 나뉜다. 일반식은 식사제한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제공된다. 밥 국 육류 채소로 구성된 ‘1식 4찬’이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환자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윤소윤 서울아산병원 영양팀장은 “아침식사에 밥 대신 빵을 먹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점심에는 일품요리가 포함된 식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급식까지 등장… 치료식, 환자 맞춤식으로 전환

과거 단체급식 수준에 불과했던 일반식은 환자 입맛에 따른 ‘맞춤식사’로 바뀌고 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은 “연령, 성별, 환자상태에 따라 맞춤식사가 제공되고 있다”며 “입원 환자의 30~40%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식단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비용을 내도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고급식’을 선택하는 환자도 있다. 스테이크 갈비찜 비빔밥 생선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환자에게 제공된다. 윤 팀장은 “고급식은 전담 조리사가 요리를 한다”며 “제주산 갈치 등 고가의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 환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치료식도 진화하고 있다. 암환자, 만성질환자 등 질환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식사가 제공된다. 암 환자의 경우 콩, 두부와 함께 고기 대신 등 푸른 생선 등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으로 식단을 꾸민다. 윤 팀장은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저염 소스를 개발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등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당뇨식도 환자 입맛을 최대한 맞춰 제공하고 있다. 홍여진 고대안산병원 영양사는 “당뇨식이라 해도 샐러드, 잡곡밥 등 환자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치료식 환자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치료에 문제가 생기므로 매일매일 환자 상태를 점검해 식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처럼 수술 환자에게 곤충식을 내놓는 병원도 있다. 밥과 국 중심 환자식은 섭취 부피에 비해 열량과 단백질 섭취가 떨어져, 부피가 작지만 고단백질인 곤충식이 대안이 되고 있다. 곤충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용으로 권장하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로 만든 ‘고소애(고소한 애벌레)’다. 김형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곤충식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환자식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외국환자 입맛 잡아라”… 호텔서비스 벤치마킹도

외국인 환자에게 제공되는 환자식도 대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과 환자 송출계약을 체결한 서울성모병원은 이슬람 환자를 위해 ‘할랄식’ 메뉴를 개발해 월 500식 이상 제공하고 있다. 이지선 성모병원 영양팀장은 “외국인 환자 담당 영양사가 주기적으로 환자를 방문해 영양 상담하는 등 환자 의견을 식단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룸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병원도 있다. 서울삼성병원은 치료ㆍ수술 등으로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한 외국인 환자가 식사를 요구하면 병실로 40분 내 식사를 제공하는 ‘원-콜 밀 서비스(On-Call Meal Service)’를 하고 있다. 조 팀장은 “아랍식 서양식 러시아식 몽골식 태국식 등 국가별 식단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 입맛에 맞는 식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메인 메뉴 21종, 사이드메뉴 12종 등 총 74개 메뉴를 자체 개발해 식단을 꾸렸다. 윤 팀장은 “메뉴 개발을 위해 영양사와 조리사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연수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환자식은 환자 상태를 고려한 개인별 맞춤식과 함께 질환 별로 세분화된 식단이 제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팀장은 “암, 만성질환, 희귀질환 등 질환에 따른 개별식단이 제공되면 환자치료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환자식은 치료 일환으로 맛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종 암환자는 물론 외국인 환자를 위한 다양한 식단이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변화하는 환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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