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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가족회사 탈세’ 기소했던 우병우, 같은 방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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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가족회사 탈세’ 기소했던 우병우, 같은 방식 경영

입력
2016.07.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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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천신일 세중 회장

1인 회사 주식편법증여와

법인자금의 생활비 충당 등

집요한 수사 끝에 유죄 이끌어

우병우 가족회사 정강도 유사

법조계 “횡령 및 탈세 적용 가능”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천신일 세중 회장의 가족회사 탈세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족기업 ㈜정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검사로 가족회사를 통한 범죄를 엄단했던 그가 검찰을 나와선 도리어 같은 방식의 가족기업을 만들어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우 수석의 가족기업 운영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현행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수석은 2009년 대검 중수부 1과장 재직 당시 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세중나모여행이라는 사실상의 1인 회사 주식을 편법으로 3명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가족회사를 통한 세금 포탈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수부의 박연차 전 회장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으로 이어지면서, 그의 사망을 초래했다.

수사를 주도한 우 수석은 세중나모여행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천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당시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지만 우 수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천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항소, 상고해 일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법원 관계자는 “천 회장 가족회사의 자금 흐름과 운영 방식 등을 소상하게 파악한 우 수석이 항소심에서 예비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등 유죄 입증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우 수석과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정강이 세중나모여행 운영방식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이다. 천 회장은 장남에게 세중나모여행 주식의 11.6%를 넘겨주는 등 학생이거나 사실상 무직인 세 자녀에게 법인 주식을 배분했으며, 법인의 자금 중 일부를 가족 생활비로 충당해 탈세 혐의가 적용됐다. 우 수석이 20%, 부인 이모씨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정강도 경제력이 없는 세 명의 자녀에게 지분 10%씩이 배분됐고, 법인 명의로 지출된 통신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가족이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원이 1명도 없는 정강의 2014~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차량 리스료, 접대비, 통신비, 교통비, 차량유지비, 복지후생비 등으로 2억2,0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우 수석의 부인 등 처가 식구들이 만든 가족기업 (주)SDNJ홀딩스까지 비교하면 공통점은 더 늘어난다. 정강과 같은 사무실에 회사가 등록된 SDNJ홀딩스는 가족 5명이 각각 20%씩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SDNJ홀딩스는 공시지가 합계액만 1,722억원에 달하는 삼남개발의 지분을 50% 가진 최대 주주로, 중층적 소유 구조를 통해 5억~6억원의 세금 감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세중나모여행이 나모인터랙티브 등의 회사를 인수하고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 복잡하게 개입해 세금을 포탈했던 방식과 원리가 유사하다는 얘기다.

우 수석의 이 같은 수사 이력과 가족기업 운영 상황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는 위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인사는 “정강 등 우 수석의 가족기업 운영 방식이 세중나모여행과 매우 유사하다”며 “법인 지출 내역과 관련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위법 행위에 대한 정식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우 수석 가족기업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탈세와 함께 횡령 및 배임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강처럼 개별 법 인격을 가진 주식회사의 돈이 가족 등 개인을 위해 사용됐다면 피해자인 주식회사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바로 적용된다”며 “사용액수에 따라 형량은 달라지겠지만, 유죄가 인정되는 사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법인자금 219억원을 정치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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