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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성공단 문제 진솔한 토론을

입력
2015.01.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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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해 말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 결정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5%의 임금인상 상한선을 삭제하고 관리위원회와 북측총국이 합의해서 결정하도록 돼 있던 것을 북측총국이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바꿨다. 또한 연장 근무시에 시간당 임금의 50%의 가급금을 주도록 돼 있던 것을 50~100%로 확대하고, 임금 지불방식도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도록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최대한 경제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이고 또한 관리위원회의 기능을 위축시켜 북측 총국이 공단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다. 북한은 일방적 노동규정 개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통지문 접수를 거부했고, 노동규정 개정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한 것이고 남측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이 전달한 의견서 접수도 거부하고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을 거론하면서 현재의 개성공단 임금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번 문제는 향후 근로자 임금을 둘러싼 협상의 유ㆍ불리로 볼 문제가 아니고, 개성공단 중단 사태 이후 남북이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방식을 합의했는데 북한이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이는 개성공단의 발전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진단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유추해보고, 북한이 간과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개성공단을 보는 시각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북한 스스로 조성하고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시키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기업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됐을 때나 북한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관련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등 북한당국이 공단 운영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공단운영의 안정성이 사라지게 되고 개성공단은 퇴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둘째는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상 문제이다. 북한도 개성공단의 운영과 관리에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낮을 수도 있고, 개성공단이 확대되지 않고 100만평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러 있으며, 노동집약적 업종 위주에서 기술집약, 다양한 업종으로 전환이 필요한 점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도 통행ㆍ통신ㆍ통관 등 3통 문제와 근로자 공급문제, 임금직불, 노무관리에서 기업의 자율성 보장 등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필요한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남북이 제기하는 이러한 모든 문제들은 지난번에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상호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셋째는 김정은 체제의 역점사업인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에 낙후된 지역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19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키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지적 요건도 중요하지만 공단운영 주체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대폭 부여하고 중앙정부의 간섭을 축소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신뢰의 기본원칙인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국제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에 개성공단 노동규정의 일방적 개정은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관심을 가졌던 투자자들에게 큰 불신을 안겨주게 됐다.

개성공단의 발전은 남북경협의 발전과 직결돼 있다. 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거대 통일담론보다는 개성공단 같은 남북협력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과 북한 경제개발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공단운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은 조속히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개성공단의 발전적 방안과 국제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다.

김동근 초대 개성공단관리위원장ㆍ전 농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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