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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제가 나쁜 놈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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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제가 나쁜 놈으로 보이나요?”

입력
2017.09.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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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은 “나이 어린 팬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걱정스럽다”면서도 “연기 갈증을 느끼던 때 영화 ‘브이아이피’를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은 “나이 어린 팬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걱정스럽다”면서도 “연기 갈증을 느끼던 때 영화 ‘브이아이피’를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제가 나쁜 놈으로 보이긴 하던가요?” 배우 이종석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고는 잔뜩 얼어붙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는 ‘과격한’ 감상평을 듣고서 그제야 배시시 웃는다. “줄곧 겁 먹고 있었어요. 그 동안 연기했던 인물들이 다 착해서,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착한 표정을 지었을까 봐.” 기우 아니면 엄살이다. 영화 ‘브이아이피’ 개봉 뒤 ‘이종석의 발견’이란 칭찬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종석은 “항상 누아르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가 남자다운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선 하얗고 예쁘장한 외모가 도리어 무기가 될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를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았고, 제가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영화는 이종석이 연기한 북한 고위급 자제 김광일의 엽기적인 연쇄살인 행각을 중심에 두고 이에 대처하는 각 국가 조직의 역학관계를 펼쳐낸다. 김광일을 기획 귀순시킨 국가정보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그리고 김광일을 체포하려는 경찰이 서로 물고 물린다. 이 모든 상황을 조롱하고 즐기는 김광일은, 그래서 더 섬뜩하다. 이종석의 말간 얼굴 어디에 그런 광기와 살기가 숨겨져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종석은 박훈정 감독을 먼저 찾아갔다. “김광일 역은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시나리오를 건넨 적도 없는 이종석이 출연 의지를 보이니 박 감독은 의아해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었는데, 촬영 끝나면 할 일이 없더라고요. 호텔 방에 콕 박혀 있는데, 매니저가 무슨 시나리오를 읽고 있더라고요. 무료하던 참에 빼앗아 읽었죠. 그게 ‘브이아이피’였어요.”

김광일은 영화 시작 40분이 지나서야 첫 대사를 한다. 눈빛과 표정에서도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광일은 그렇게 완성되는 캐릭터다. 내공이 필요한, 무척 도전적인 연기다. 이종석은 “인물에 공감할 수도 없고 공감해서도 안 돼 연기 톤을 잡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눈빛 한번 흔들리지 않고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에선 버겁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니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연출이라는 걸 아는데도 말이에요. 참 희한한 경험이었어요.”

이종석은 사이코패스 김광일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종석은 사이코패스 김광일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종석은 촬영 내내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는 갈망”에 함께 출연한 선배 김명민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구했다. 그 지도에 따라 연기를 하면 다른 표현이 나왔다. 마구 신이 났다.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게 점점 늘었다. “영화 ‘관상’을 촬영하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선배들의 훌륭한 연기로 만들어진 작품에 내가 폐를 끼친 것 같았어요. 이번엔 선배들께 누가 되지는 말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아예 작정을 했어요. 선배들에게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자고. 제 연기가 조금이라도 늘었다면 다 선배들 덕분입니다.”

이종석은 한때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고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사랑 받고 있던 절정기였다. “내 연기가 가짜처럼 보이더라고요. 억지로 꾸민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속마음을 잘 감추치 못해요.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가짜라 느껴지는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땀이 나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섭더라고요. 2015년 ‘피노키오’를 마치고는 1년 쉬었어요.”

이번 달엔 사전 제작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군입대 문제로 아쉽게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아직 입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 벌써부터 2년 뒤 더 성숙해질 자신을 기대하고 있다. “제대하고 돌아오면 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싶어요. 내가 잘 어울릴까 싶은 작품에도 또 도전하고 싶고요. 아직도 연기 갈증을 느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종석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선 이미지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선 이미지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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