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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카탈루냐(9.11)

입력
2017.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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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1일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2015년 9월 11일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9월 11일은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주의 국경일(national day)이다. 국가가 아닌 주의 국경일이라는 형용모순이 통용되는 까닭은 이웃 주인 바스크와 함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 인들의 오랜 염원과 분노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망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해 왔다.

2016년에는 바르셀로나 등 주요도시에서 34만 명이 주 깃발을 들고 분리 독립을 외치며 행진했다. 바로 전날 신임 카를레스 푸지데몬 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구속력 있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중앙정부에 다시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한 호응이었다. 2014년 11월 주 정부는 중앙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공식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투표 자체를 위헌이라 결정했다. 2013년에는 카탈루냐 시민 160만 명이 400km에 이르는 인간 사슬을 엮기도 했다. 그들은 그 사슬은 ‘카탈루냐 독립의 길(Catalan Way toward Independence)’이라 이름 붙였다.

9월 11일은 스페인 왕위계승전쟁(1701~1714)에서 카탈루냐가 스페인의 왕권에 맞섰다가 패한 날이다. 2년 뒤 스페인 왕국은 국가기본법을 제정,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일개 주로 강등시켰다. 한마디로 카탈루냐는 근대 국민국가 탄생의 숱한 제물 중 하나였다. 다만 그들은 중세의 영광, 그러니까 아라곤 독립왕국과 아라곤-카스티아 통합왕국 시절, 지중해 무역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화려한 시절의 자부심을 유지했다. 인간사슬- 독립의 길이 그리 이어지리라 줄곧 믿어왔다.

그들은 독일 30년 전쟁 중이던 17세기 스페인-프랑스 전쟁(이른바 수확전쟁, 1635~1659) 때 스페인제국 군대가 프랑스와 국경을 접한 카탈루냐에 주둔한 채 물자를 과도하게 징발하는 데 반발해 사실상 독립 내전을 벌인 이력이 있고, 20세기 들어서도 두 차례 독립과 공화국 건국을 선언하기도 했다. 카탈루냐는 바스크, 나바라, 마드리드 다음으로 부유한 주지만, 중앙 정부가 세금만 걷어가고 푸대접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불만도 크다.

구속력 있는 분리독립 주민투표 제의를 중앙 정부는 당연히 매번 일축했다. 카탈루냐 주 정부는 오늘 10월 1일 다시 비공식 주민 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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