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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사건, 즉시출동 명령 깔아뭉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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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사건, 즉시출동 명령 깔아뭉갠 경찰

입력
2017.10.25 16:5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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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실종신고 ‘코드 1’ 지령

당직자에 “출동할 것” 허위 보고

지구대는 실종 수사지침 안 지켜

중랑서장 등 9명 징계ㆍ인사 조치

이영학 계부 자살 “누명” 유서

중랑경찰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랑경찰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이 실종됐을 당시 ‘코드1(즉시 출동)’ 지령을 담당 경찰이 무시한 것도 모자라 상부에 “출동했다”고 허위 보고한 사실 등이 경찰 감찰 결과로 드러났다. 판단 미숙, 거짓 보고, 늑장 출동 등 초동 대응의 총체적 부실은 경찰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경찰은 총책임자인 조희련 서울 중랑경찰서장에게 문책성 인사 조치를 하고, 당시 중랑서 당직 상황관리관과 여성청소년과장 등 경찰관 8명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지난달 30일 발생한 중랑구 여중생 실종 사건 관련 초동 대응 부실 의혹을 감찰한 결과, 현장 경찰관들이 실종 사건 대응지침을 위반하고 경찰서장 등 관리 책임자가 지휘 및 감독에 소홀했던 점이 인정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25일 밝혔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김모(14)양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코드1’ 지령을 내렸다. 이에 중랑서 망우지구대에서는 김양 어머니를 만나러 갔지만, 여성청소년수사팀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2신고 대응 5단계(코드 0~4) 중 두 번째로 높은 코드1 지령이 떨어지면 신고 대상자에게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판단, 지구대(파출소)와 여성청소년수사팀 인력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심지어 당시 중랑서 당직 상황관리관이던 청문감사관이 코드1 지령이 떨어진 사실을 알고 오후 11시34분쯤 “출동했냐”고 묻자 해당 팀 소속 순경은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까지 했다. 경찰은 이들이 당시 사무실에 있던 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 이들은 감찰 조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이때만 해도 김양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김양 실종 신고 이후 코드1 지령이 붙은 실종 신고 3건이 더 해당 팀에 내려갔지만, 모두 출동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특히 신고 대상자 한 명(54세 여성)은 다음 날 낮 12시20분쯤 천호대교 남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밤에만 김양 포함 두 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지구대 역시 실종 수사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실종 수사지침 핵심은 실종자의 마지막 행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망우지구대 경찰관들은 김양 어머니에게 단 한번도 김양 마지막 행적을 묻지 않았다. 게다가 김양 어머니가 지구대에서 이영학 딸(14)과 통화한 것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 직원이 당연히 물었어야 할 피해자 행적을 피해자 어머니에게 묻지 않은 것은 명백한 초동 대응 부실”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중랑서장ㆍ여성청소년과장ㆍ상황관리관 경정급 이상 3명은 경찰청에 조치를 요청하고, 여청수사팀장과 팀원 2명, 망우지구대 순찰팀장과 팀원 2명 경감급 이하 6명은 징계ㆍ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조 서장에게 지휘 책임을 물어 문책성 인사 조치하고 직권 경고하기로 했다.

한편 이영학 계부 배모(59)씨가 이날 오후 1시27분쯤 강원 영월군 자택 옆 비닐하우스에서 “누명을 벗겨달라”는 유서와 함께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배씨는 9월 투신 사망한 이영학 아내 최모(32)씨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이날 오후 2시 3차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이영학이 경찰 단계에서 진술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대체로 인정해 2차 구속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1일 기소할 방침이다. 또 증거인멸 우려와 범죄혐의 중대성을 고려, 이영학 딸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상무 기자 a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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