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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론’ 지피다 떠난 潘…성공 사례 없는 대권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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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론’ 지피다 떠난 潘…성공 사례 없는 대권 행보

입력
2016.05.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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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6일간 JP 면담 등 광폭 행보

대선주자 존재감 한껏 부각시켰지만

충청ㆍTK연합 지역구도에 편승 ‘구태’

비정치인 대망론 성공 사례도 없어

친박 후보 꼬리표 딜레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경북 경주 신경주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경북 경주 신경주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발언과 행보로 차기 대권 구도를 출렁이게 만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그는 방한 기간 예상을 깨고 대권 도전 의지를 조기에 드러내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직을 7개월 남긴 시점에 돌출된 대선 행보라는 점에서 ‘유엔 총장직을 이용한 국내 정치 행보’라는 비판도 따른다. 이를 의식한 듯 반 총장은 이날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과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을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필 전 총리 면담, 경북 안동 하회마을 방문 등으로 반 총장 자신이 대선 행보 논란을 자초한 격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효과를 봤지만, 유엔 사무총장의 중립적 권위를 스스로 흔든 것은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특히 ‘충청과 대구ㆍ경북(TK) 연합’이란 지역 구도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새 정치가 아닌 ‘구태 지역 정치’를 답습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과 비판 속에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의 대권 여정은 이제 시작됐지만, 역대 한국 정치사를 보면 그의 대권 가도가 순탄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그간 숱하게 나왔던 ‘비정치인 대망론’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 비정치인 저명 인사들이 정치판의 험난한 검증 무대를 통과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위신을 고려해 반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각 정당이나 언론이 본격적인 메스를 들이댈 경우 ‘반기문 대망론’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직업 외교관의 정치인 변신도 쉽지 않은 과제다. 20대 국회에 직업 외교관 출신이 한 명도 진입하지 못 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외교 네트워크나 국제 문제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반 총장을 능가할 주자가 없고, 북핵 문제나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외교 대통령’이 강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등 복잡한 이해가 얽힌 국내 현안에 대한 반 총장의 입장이나 역량이 알려진 것은 없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외교관의 문법으로 대한민국 정치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 집권 세력이 낙점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반 총장의 대권 가도를 어둡게 한다. 정권 교체뿐만 아니라 집권당을 계승했던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모두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스스로 권력을 쟁취한 케이스다.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지원을 받을 경우 ‘친박 후보’ 꼬리표는 대선 레이스 내내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기성 정치세력의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이를 배제해야 하는 모순적인 요구가 반 총장 같은 비정치인 잠룡들이 당면한 근본적 딜레마이자 한계이다.

반 총장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 박 대통령의 대북 압박 노선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대구ㆍ경북(TK) 민심을 껴안기 위해 박 대통령과 새마을 운동을 칭송하는 모호한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차별화를 위한 승부수로 ‘방북 카드’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북핵 정세가 북한 정권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섣부른 방북 카드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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