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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게임중독 치료서 가장 중요한 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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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게임중독 치료서 가장 중요한 건 아빠”

입력
2017.03.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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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송파구 치료사업 3년째 참여

“엄마에 비해 아이들과 서먹한 아빠들이 애정을 보여 줘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신지영 원장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중독이라는 수렁을 벗어나는 데 아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송파구 제공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신지영 원장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중독이라는 수렁을 벗어나는 데 아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송파구 제공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김성태(가명) 군은 어릴 적부터 심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어 초ㆍ중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시 아이들과 어울리기는 힘들었고, 학교 성적도 엉망이던 그에게 현실의 도피처는 가상의 게임세상이었다. 현실에선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던 자신이 게임 속에선 영웅이 될 수 있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 들수록 세상과의 단절은 심해졌다. 아들의 심각한 모습에 어머니마저도 그를 멀리할 정도였다. 다행히 김군은 2015년 게임중독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게임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도 좋아졌다. 김군은 현재 학교 밴드부에서 기타를 치며 아이들과도 잘 지낸다. 김군을 치료했던 신지영(41) H마음클리닉 원장은 “게임중독 아이들에게 억지로 게임을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치료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신 원장은 2015년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게임중독 청소년 치료사업을 통해 김군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문제로 번지는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 합동프로젝트로 진행된 치료사업의 상담자로 나서면서부터다.

송파구는 관내 저소득^한부모 가정의 아이들 가운데 게임중독이 심한 아이들을 선별해 무료로 치료를 해 주는 사업을 3년째 이어 가고 있다. 올해까지 약 30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는데, 이 중 10여명이 짧게는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신 원장의 치료를 받았다.

신 원장은 “게임중독에서 잠시 벗어났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언제든 다시 게임에 빠질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이를 대체할 취미나 진학 등 향후 계획과 관련된 상담까지를 치료기간으로 잡는다”고 말했다.

치료사업 상담자들 가운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신 원장은 그 비결로 게임중독 아이들을 치료할 때 반드시 부모와도 상담을 병행하는 점을 꼽았다. 아이가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려 애쓸 때, 가족들에게 응원과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켜 아이 혼자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아이가 게임중독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학업성적 향상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부모가 알고, 아이에게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기도 한다. 그는 “청소년 게임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빠들의 협조”라며 “엄마에 비해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서먹한 아빠들이 더욱 애정 어린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게임을 더 하려는 아이와 이를 말리려는 부모 간 신경전이 일상인 요즘 상당수의 가정에서 흔한 모습 중 하나는 “저 이번 시험에 점수 잘 받으면 게임기 사 주세요”와 같은 아이들의 ‘거래’ 제안이다. 부모는 아이의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일까 싶다가도 아이에게 잘못된 타협을 가르치는 것 같아 꺼림칙한 생각도 들어 심정이 복잡하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속만 탄다. 신 원장은 이와 관련해 아이가 게임을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게임을 매개로 한 아이들과의 거래를 오히려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물질적 풍요와 부모의 사랑이 충분한 요즘 세대는 부모에게 좀처럼 아쉬운 게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이 부모의 협상력을 크게 높여 주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거래의 주도권을 부모가 쥐어 아이가 먼저 거래를 제안하지 않게 하고, 아이가 약속한 일을 반드시 먼저 마친 후 보상의 개념으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꼭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자존감이 낮은 아이일수록 게임에 빠질 확률이 높은 만큼 평소 아이에 대한 칭찬과 관심이 중요하다”며 “치료사업도 꾸준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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