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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용 선수 희생, 빙상 메달 지상주의 그늘

입력
2018.01.27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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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스타트 위해 팀추월 ‘따로 훈련’ 관여했을 가능성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 출전할 남녀 선수들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훈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주 언급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전명규(55)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현 한국체대 교수)이다.

전 부회장은 한국 빙상이 동계올림픽에서 숱한 메달을 따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대부’로 통하지만 훈련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자주 받는다.

그는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시범종목이었던 1987년 캘거리 대회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대회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놨다. 그가 대표팀 사령탑일 때 동계올림픽에서 딴 쇼트트랙 금메달만 11개다.

타고난 승부사 전 부회장은 쇼트트랙에 처음으로 작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 위주로 작전을 구사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앞두고는 당시 17세였던 안현수를 국가대표 선발전 없이 과감히 발탁했다. 안현수는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그의 눈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전 부회장은 2002년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에도 꾸준히 한국 쇼트트랙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가 빙상연맹 전무이사였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는 이상화(스포츠토토), 이승훈ㆍ모태범(이상 대한항공)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맛봤다. .

그러나 성적 지상주의를 앞세운 전 부회장의 지도 방식은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해 다른 선수를 경쟁국 선수의 진로를 막는 ‘페이스 메이커’로 나서게 한 게 대표적이다. 희생을 당한 선수들은 전 부회장의 영향력 때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팀 내부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었다. 또한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몇 차례 파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 부회장은 자신의 모교인 한체대 출신 제자들만 챙긴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친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이 대회 3관왕에 오르자 그는 책임을 지고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 해 2월, 특별한 이유 없이 3년 만에 다시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돌아온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도 방식을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식했다. 특히 평창올림픽에 쇼트트랙과 경기 방식이 비슷한 매스스타트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이승훈, 김보름을 한체대에서 훈련시키며 집중 조련했다.

매스스타트도 쇼트트랙처럼 작전과 팀 플레이가 필요하다.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는 정재원(동북고), 김보름(강원도청)의 도우미는 박지우(한체대)인 셈이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한체대 출신이고 현재 동북고에 재학 중인 정재원도 한체대 입학이 유력하다. ‘한체대 동문’들이 모교 훈련장에서 매스스타트에 집중하면서 팀 추월 훈련은 뒷전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팀 추월은 3명의 선수가 번갈아 선두로 나서야 하는 만큼 호흡이 중요하다. 이들과 함께 팀 추월을 뛰는 김민석(평촌고)과 노선영(콜핑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선수가 원했고, 안전 문제도 있어 연맹에 얘기하고 한체대에서 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빙상계는 전 부회장 지시로 이뤄진 훈련으로 보고 있다. 전직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지도자는 “팀 추월에서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개인 종목을 잘 타야 팀 추월도 잘 탄다. 개인 종목을 우선해서 훈련시키는 게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 부회장을 비롯한 이른바 ‘한체대 라인’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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