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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에 뒤통수 맞은 시진핑… 대북 원유 공급 지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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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에 뒤통수 맞은 시진핑… 대북 원유 공급 지속할까

입력
2017.09.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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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개막일에 北 도발 찬물

원유공급 중단 용인 가능성 커져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인공지진 발생 장소. 중국지진대망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인공지진 발생 장소. 중국지진대망

북핵 문제 해법으로 대화를 강조해 온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으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공들여 준비해 온 국제회의 개막일에 뒤통수를 맞아 불쾌감도 상당하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는 반대하겠지만 유엔 차원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ㆍ축소 논의를 용인할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3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을 향해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정세 악화 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당시 한나절 가까이 지나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표현했던 중국 외교부 성명이 이번엔 3시간여 만에 수위가 훨씬 높아져서 나온 것을 보면 이번 도발에 대한 불쾌감과 당혹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이 전격적으로 도발을 감행한 이날이 올 하반기 최대 외교행사로 준비해온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개막일이란 점에서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북한이 잔칫상에 재를 뿌린 적이 있지만, 이번엔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할 제19차 공산당대회를 목전에 둔 때다. 더욱이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는 미국에 맞서 대화를 강조해 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신에 흠집이 났다. 북한의 의도가 중국을 자극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이끌도록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을 사전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며, 격분한 중국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의 더 큰 고민은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가능성이다. 미국이 제한적이나마 군사적 옵션을 단행할 경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중 접경지역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내지 축소가 논의되는 것을 용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 카드를 단호히 거부하는 대신 ‘중국 책임론’의 핵심이랄 수 있는 대북 원유공급 문제에서는 중국이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중국이 실제로 대북 원유공급을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 등을 수입 대체루트로 삼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북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마찬가지로 북중 접경지역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는 원유공급 문제가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올라가는 순간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는 급격히 약화할 공산이 크다.

이 점에서 중국이 이날 외교부 성명에서도 여전히 대화를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규탄의 강도는 높였지만 결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시진행)과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바탕을 둔 대화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미국 간 대화 창구를 열기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푸젠성 샤먼시의 국제회의전시장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샤먼=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푸젠성 샤먼시의 국제회의전시장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샤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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