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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차 산업혁명의 액센트

입력
2017.09.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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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정부 비전과 기업 전략에서 중고교 동아리 활동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쓰인다. 용어 사용 빈도로는 ‘인더스트리 4.0’을 고안한 독일을 넘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4차 산업혁명에 가까이 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동안 ‘4차’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디지털화에 기반한 3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지 등의 개념 정의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의 신기술이 쇠약해지는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어떻게 되살려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종종낙관적 기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3차’와 ‘4차’의 미묘한 차이에 집중된 듯한 논의에서 정작 빠진 핵심은 ‘혁명’이다. 단순히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자는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 변화의 틀을 필요로 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액센트가 찍힐 곳은 ‘혁명’이다.

혁명은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부른다. 성공한 혁명의 주도자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되지만, 실패한 혁명가에게는 비참한 패배와 죽음뿐이다.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혁명은 종종 비장하게 수행된다. 그래서 혁명가는 철저한 신념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4차 산업과 관련한 ‘혁명’을 준비하고 ‘혁명가’를 키우고 있는가?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는 ‘혁명’을 하려면 변화의 대상과 지향점이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인 소프트웨어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융합적 사고와 발상을 기술력과 접목시키는 데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뿐만 아니라 기존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정신적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 단계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면 “살기 좋은 내 마을 인공지능으로 만드세” 수준의 ‘4차 새마을운동’이 보다 타당한 표현이 될 것이다. 변화의 폭과 속도는 4차 산업혁명 논의의 핵심 변수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를 가능케 할 다양성의 존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창조력은 학교의 획일화된 코딩 교육으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몸에 배어들어야 하는 역량이다. 교육과정 자체와 선택의 폭이 극도로 제한된 한국적 상황에서 한 문제라도 실수하지 않고, 치밀하고 일관된 스펙을 쌓아 올린 생활기록부가 만들어내는 모범적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능한 공무원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전사나 혁명가가 되기는 어렵다. 진정한 다양성을 지닌 교육 내용과 기관들이 확대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화한 세계를 무대로 한다. 온라인 상의 초국가적 확장은 이미 3차 산업혁명에서 완성되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사들은 한국이라는 틀을 훌쩍 뛰어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언어적 능력과 국제적 사고는 더 이상 우리가 취사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는 국내에서 결정되지 않을 뿐더러, 시시각각 글로벌 순위가 냉엄하게 매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장은 이미 우리 영토 밖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아직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은 초창기에 있다. 여러 지표에서 한국의 준비는 많이 뒤쳐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 전환에서 승리해야만 하고 여기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4차냐, 5차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 프레임을 뛰어넘을 ‘혁명’을 할 수 있는 근본적 사고의 변환이 필요하다. 클라우스 슈밥의 책에만 밑줄을 그을 게 아니라 어쩌면 한나 아렌트나 레닌을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배는 이미 떠나서 루비콘강과 요단강의 두물머리로 향하고 있다. 사공에게 묻는다. “이 배가 몇 번째 배인가요?” 사공이 되묻는다. “뭐시 중헌디?”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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