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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속담

입력
2017.10.17 14: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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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는 여러 종류의 말들이 실려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역시 전체를 붙여 적는 낱말(단어)이다. 낱말을 잇되 띄어 쓸 수도 있는 것이나 아예 띄어 써야만 하는 것도 올라 있는데 이를 ‘구’(句)라 한다. 구 가운데에는 낱말과 가까운 구, 문장과 가까운 구가 있다. 뒤엣것을 ‘관용구’라 한다. 문장과 더 가깝거나 온전한 문장 형태로 올라 있는 것이 속담이다.

속담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언어 형태의 문화유산이다. 우리 속담 또한 우리말이 생겼을 때부터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졌겠으나, 우리가 국어사전이나 속담사전에 기록한 것은 애석하게도 20세기 초부터이다.

대개의 속담들은 생성 시기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간혹 만들어진 시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특정 시대의 용어나 제도 명칭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몇 개만 소개해 본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언중이 한글을 꽤 접한 후에 생겼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조선 시대의 ‘환곡’을 ‘환자’(還子)라고도 하는데, ‘아전의 술 한 잔이 환자가 석 섬이라고’나 ‘원님도 보고 환자도 탄다’에서 이 ‘환자’가 쓰이고 있으므로 이 속담들은 환곡 제도가 펼쳐진 이후에 생겨났을 것이다. ‘담배’가 들어간 속담도 10개가 넘는데, 담배는 광해군 때 들어온 작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런 속담은 광해군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갓 쓰고 넥타이 매기’, ‘갓 쓰고 자전거 타기’라는 속담은 서양 문물이 들어온 다음에 생겼을 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문화‧전통의 지혜와 해학이 깃든 속담이 어디에선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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