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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뚜기와 하림

입력
2017.07.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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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하림 김홍국 회장. 뉴시스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하림 김홍국 회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27ㆍ28일 만남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석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된 오뚜기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때다. 박근혜ㆍ최순실게이트 청문회로 재벌기업의 민낯이 드러나자 SNS에는 “이런 착한 기업도 있다”며 오뚜기의 선행을 알리는 글이 쏟아졌다. 신이라는 의미의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인 ‘갓뚜기’라는 별명도 그때 시민들이 만들어 줬다.

▦ 그간 조명 받지 못했던 오뚜기가 주목받은 계기는 ‘착한 상속세’다. 지난해 9월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장남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3,000억원대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로 50%인 1,500억원의 세금을 납부키로 한 것.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 유족이 낸 1,830억원에 이어 역대 2위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마트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다른 업체와 달리 라면가격을 10년째 올리지 않은 점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게다가 회사 측이 이런 내용을 적극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 같은 식품업체이면서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에서 극과 극을 이루는 기업이 하림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12년 장남 김준영씨에게 비상장사인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 지분을 100% 물려줬다. 당시 준영씨가 증여세로 낸 돈은 100억원. 올품 증여로 그는 하림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올랐다. 불과 100억원으로 자산총액 10조원대 하림그룹을 손에 넣은 셈이다. 납부한 증여세마저 회사가 준영씨 지분을 유상감자하면서 대가로 지급했다니, 땅 짚고 헤엄치기가 따로 없다.

▦ 김 회장은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지원과 소비자들의 성원을 호소했다. 병아리 열 마리로 시작한 하림의 성장에는 수많은 양계농가의 땀과 눈물이 발판이 됐다. 공정위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 하림의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칼을 빼 든 것은 예견된 일이다. 법에 정해진 세금을 냈을 뿐인데도 오뚜기가 칭찬받는 것은 하림 같은 비양심적 대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뚜기가 ‘모범기업’으로 거론되자 일부 기업은 오뚜기와 함께 대통령 간담회에 참석하기를 꺼려 날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니, 더욱 씁쓸하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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