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등록 : 2017.11.04 04:40
수정 : 2017.11.16 21:11

서른 즈음에ㆍ광화문 연가… 추억 소환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등록 : 2017.11.04 04:40
수정 : 2017.11.16 21:11

대중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노래

줄거리에 맞게 취사선택해 작품화

‘서른…’ ‘광화문…’ ‘그여름…’

강승원ㆍ이영훈ㆍ동물원 히트곡 엮어

그 시절 그 노래 향수 앞세워

중장년층으로까지 관객층 넓혀

원곡에 대한 애착 강한 팬들은

뮤지컬식 편곡에 호불호 갈리기도

김광석과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을 찾는 관객들은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는 '떼창'도 마다하지 않는다. 샘컴퍼니 제공

‘지금 이 순간’ ‘메모리’ ‘오페라의 유령’… 귀에 익숙한 이 노래들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캣츠’ ‘오페라의 유령’에서 불린 곡들이다.

이제는 뮤지컬을 보지 않은 대중들도 알 만한 명곡도 많지만, 여전히 뮤지컬이란 장르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노래로 막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 관객에게 친숙한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다면 이러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 시절 그 노래를 통해 뮤지컬의 재미뿐 아니라 그 시절 따뜻한 추억까지 소환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쌀쌀해진 늦가을,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키워드는 ‘강승원’ ‘이영훈’ ‘동물원’이다.

친숙한 음악, 복고풍 분위기로 추억소환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고(故) 김광석이 불러 국민 애창곡이 된, 동명의 곡을 쓴 작곡가 강승원의 노래들을 모았다. 12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되는 ‘광화문연가’는 가수 이문세의 노래들로 유명한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곡으로 채운 뮤지컬이다.

오랜 기간 대중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았던 노래들인 만큼 작품의 줄거리도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회상을 주로 엮어뒀다. ‘서른즈음에’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죽게 된 중년 남성이 20년 전인 서른 즈음으로 돌아가 그 시절 첫사랑과 꿈을 회고하며 후회 없는 삶을 생각해본다는 내용이다. 성시경의 ‘처음’ 이적의 ‘나는 지금’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같은 인기 가요들로 극을 풀어간다. ‘광화문연가’ 역시 임종을 앞둔 중년 남성이 죽기 1분 직전 신과 함께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이다. 젊은 시절의 아쉬움과 후회를 마주할 때 나오는 노래들은 ‘소녀’ ‘가로수 그늘아래’ ‘광화문연가’ 같은 작곡가 이영훈의 대표곡들이다. 이영훈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된 소품들도 만날 수 있다. 7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그 여름, 동물원’은 아예 고(故)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화를 따라간다. 이들의 만남과 음악적 성장 과정, 그 후 결별까지 그린다.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사랑했지만’ 등 실제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은 문턱 낮추기다. ‘추억 소환’을 내세우기 때문에 뮤지컬 주 관객인 20~30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 직장인 단체 관람객도 공연장을 많이 찾게 된다. ‘그 여름, 동물원’을 연출한 박경찬 연출가는 “지난해 초연 당시 같이 노래를 부르는 관객들이 많았다”면서 “그만큼 노래 자체가 좋아서 찾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는 “뮤지컬 신작은 노래를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야 하고 관객들은 그 곡들은 빠르게 흡수해야 하는데, 주크박스 뮤지컬은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특정 가수나 작곡가의 곡만 쓰면 그 가수나 작곡가의 팬이었던 사람들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서른즈음에' 공연 모습. 주크박스 뮤지컬은 추억 속 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줄거리도 회상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파랑나무 제공

추억 환기라는 한계에 갇히기도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하다. 이미 알려진 노래를 쓰다 보니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 내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지닌다. 또 원곡에 대한 애착이 강한 팬들이 있다 보니 뮤지컬식 편곡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경찬 연출가는 “아무래도 뮤지컬에 쓰이는 노래는 스토리에 따른 감정선을 살리는 독백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기존 가요는 그 내부적으로 기승전결이 완결된 경우가 많다”면서 “이 충돌을 막기 위해선 편곡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편곡 때문에 원곡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똑같이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그날들’의 경우 몰입도가 뛰어난 추리극 형식까지 빌려 왔으나, 김광석의 노래를 저렇게까지 변형시키는 것이 괜찮은가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결국 주크박스 뮤지컬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시대적 정서를 전달하는 데 있다. 노래에 맞춰 시대배경을 설정하기 때문에 그에 맞춘 소품이나 무대연출도 중요해진다.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찌질의 역사’를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이나 그 시절 의상 등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말 한국에 초연한 ‘오!캐롤’은 1950년대 작곡가 닐 세다카의 음악을 썼기 때문에 배경을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로 잡았다. ‘문화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가수 서태지의 노래로 만들었다 해서 화제를 모았던 ‘페스트’는 1990년대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공감을 얻지 못해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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