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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구조조정 칼바람 분다… 뒤숭숭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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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구조조정 칼바람 분다… 뒤숭숭한 연말

입력
2015.11.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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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은행, “직원 45%가 특별퇴직 자격”… 씨티 및 타행도 지점망 재편, 희망퇴직 움직임

카드ㆍ보험ㆍ증권사도 인력감축 움직임… “구조조정은 최후 수단 돼야” 지적도

SC은행이 23~27일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권에 연말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뉴시스
SC은행이 23~27일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권에 연말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뉴시스

금융권의 연말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다. 저금리,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금융권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업계를 가리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금융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대규모 인력ㆍ조직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우울한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구조조정 선봉에 선 것은 외국계 은행들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23~27일 닷새 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퇴직하는 날인 다음달 15일을 기준으로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상으로, 이번 특별퇴직 자격에 해당되는 인원은 전 직원(5,600여명)의 45%(2,500여명)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이달 초 영국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다.

SC은행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각에선 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 직원들이 1998년 외환위기 때 대거 퇴사하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종복 행장은 19일 본사 직원들에게 “어려운 은행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효율적인 영업 우선 조직이 되기 위해서”라며 특별퇴직 신청의 배경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단행한 영업점 재편 역시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씨티는 SC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점포 수와 인력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으로 직원 650명, 지점 56개를 줄였다. KB국민,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들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큰 규모의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다.

다른 금융업권도 잇따라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매각설이 나돌았던 삼성카드는 16~24일까지 직원들에게 ‘휴직ㆍ전직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있다. 전직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에게 컨설팅과 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사실상 ‘희망퇴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삼성카드 측은 “자발적 신청 직원만 참여하고 임직원들의 인생 이모작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증권업계에선 하나금융투자가 19일까지 부장ㆍ차장급 이하 근속기간 7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4월에도 희망퇴직을 실시, 145명이 회사를 떠났다.

금융권의 이 같은 인력ㆍ조직 감축 움직임 배경엔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은행권은 예대마진과 이자수익이 꾸준히 줄고 있고, 카드업계는 최근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업권 역시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휘청대고 있다. 핀테크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최근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10년 뒤 소매금융 분야에서 은행 매출의 40%, 수익의 60%를 빼앗아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금융권 인력은 꾸준히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은행들의 임직원 수(11만7,539명)는 불과 6개월 만에 1,164명이나 줄었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반년 만에 직원이 각각 483명, 842명씩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몸집 줄이기가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고 있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외 은행들 모두 전반적으로 덩치를 줄이려 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대폭 반등하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특별퇴직, 임금피크제 확대, 성과급제 도입 등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인원 감축은 금융권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산업은 인력이 경쟁력의 기반이기 때문에 간헐적인 경기부침을 이유로 인력을 줄였다 늘렸다 하는 방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등 고통 분담 방안을 모색한 후 구조조정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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