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윤종규 회장 뚝심, 현대증권 낚았다

알림

윤종규 회장 뚝심, 현대증권 낚았다

입력
2016.03.31 18:47
0 0

1조원 안팎의 ‘통 큰 베팅’

증권업계 빅3위로 도약 예고

KB윤종규 회장. 금융지주 제공
KB윤종규 회장. 금융지주 제공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뚝심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은행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KB금융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는 평가다.

31일 매각주간사인 회계법인 EY한영과 KB금융,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개 후보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KB금융은 현재 현대증권 지분의 시장가치(약 3,5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높은 1조원 안팎의 입찰가를 써내 경쟁자들을 제친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한국금융 역시 500억원 이내의 근접한 입찰가를 제시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막판 매각의 변수로 꼽혔던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증권 보유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제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KB금융의 인수 추진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세 곳의 제안서를 검토하다가 매각 이후 문제가 될 문구가 발견돼 이를 조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당초 현대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는 이달 29일에 있을 계획이었으나, 자금조달능력 등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두 차례 미뤄졌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 자회사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미래에셋대우증권(가칭ㆍ5조8,373억원), NH투자증권(4조5,288억원)에 이어 자기자본 3조9,247억원(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3위 증권사에 올라서게 된다. 현대증권의 임직원은 2,300여명이지만 KB투자증권은 591명에 불과해 인수 이후 구조조정에 부담도 적고, 전국 95개 지점과 해외사무소 1곳, 해외현지법인 2곳을 보유한 현대증권 인수로 시장 장악력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KB투자증권은 국내 지점만 17곳을 갖고 있다.

KB금융은 그룹 내 지나친 은행 편중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증권사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러나 번번이 인수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시다가 ‘삼수’만에 축배를 들었다. 2014년에 증권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나섰으나 NH농협금융에 밀렸고,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 도전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번에 현대증권마저 놓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인수할 기회가 다시는 없을 거란 위기감에 윤종규 회장이 이사회에 ‘통 큰 베팅’을 적극 설득했고 이사회도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은 인수 시 리스크로 거론됐던 현대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해서도 “위험은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이 없는 한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인수로 과도하게 은행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탈피하게 되면서 신한금융에 빼앗긴 리딩뱅크 탈환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은 33%에 불과한 반면 신한금융은 42.1%에 달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이번 인수합병은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이며, 1등 금융그룹 위상 회복이라는 임직원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B금융은 상품 교차판매, 고객 마케팅 등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리딩뱅크로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LIG손해보험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대폭 확충하게 된 만큼 1등 금융그룹의 명성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6,000억~7,000억원)보다 크게 웃도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향후 KB금융은 현대상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상세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6월께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할 전망이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