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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하여

입력
2015.07.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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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 시도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론 없이 마무리 된 후 노사정은 어정쩡한 거리두기 속에 각자의 행보를 지속해 왔다. 정부는 의제별 제도화 일정을 제시하며 독자적 개혁을 추진한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일방독주를 비판하며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경영계는 노정의 눈치를 살피며 소심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ㆍ여당은 22일 ‘당정청 회의’를 열어 노동시장 개혁의 조속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그 동안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어 눈만 껌벅이고 있던 여당이 개혁 과정을 주도하겠다고 자임하고 나섰다. 역량을 모두 집중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노사정위 활동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끌벅적 했던 난장 끝에 휴지 줍는 꼴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역할을 하겠다니 다행이다.

3월 노사정 합의 불발 이후 전문가들은 노사정 대타협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러저러한 견해들을 교환했다. 개혁의 큰 그림 즉, 노동시장 개혁의 목표와 이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비전 합의가 부족했다는 점, 논의된 이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3개월의 논의 시한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정이었다는 점 등이 의견으로 제시되었다. 노동계에서는 손익 교환이 공정하지 못해 비용을 전담해야 하는 거래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반면 그간 논의에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요하게 제안되었다. 특히, 짧았지만 밀도 있는 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를 노사정이 인식했다는 점,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내재된 문제 해결이 절실함을 공유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제안되고 토론된 많은 의제들에서 합의에 가까운 이해의 일치가 있었다는 점 등이 주요한 성과로 인정되었다.

이제 이상의 비판과 지지 행렬을 가다듬어 노동시장 논의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노사정은 아래 몇 가지 점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지난 노동시장 개혁 논의 과정에서 확인되었다시피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수준 및 구조상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안전망 강화가 맞교환 되는 소위 ‘빅딜’ 방법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안전망 수준이 현저히 취약해 등가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적 비전 합의를 전제로 개혁의 이슈들을 중범위 수준에서 재조정하고 각 의제별로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사회안전망 확대 및 대ㆍ중소기업 상생은 개혁의 공간을 확장하는 하부구조로서 우선 논의가 필요한 이슈들이다.

다음으로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등의 이슈는 긴요함과 필요성 모두 절실하나 입법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에는 업종 및 개별 기업간 차이가 크고 이해조정 과정의 변수가 많아 노사간 자율협약에 의한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근로계약 일반해지(통상해고), 기간제법 적용 제외 확대, 사내하도급과 파견근로 제도 개선 등의 이슈는 노사정간 이견이 크고 그 적용 과정의 문제 및 효과에 대한 예측이 충분하지 않아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와 공론화가 필요한 범주들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다시 노동시장 개혁 논의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국면이다. 필요에 동의해 논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노사정 모두는 각자의 자세와 행보를 수정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노동시장의 핵심 이슈들을 독자적으로 정책화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특히, 쟁점이 되는 이슈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 기업 내 노사 갈등 확대의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노동계의 경우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조건에서 ‘청와대의 요구’를 이유로 대화의 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명분 없는 농성 철회도 리더십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개혁이 임금근로자 일반의 이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전략적 회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노조 조직력 수준으로는 광장에서 외치는 구호가 제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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