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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아내는 자식에 매달려… 부부 중심의 문화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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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아내는 자식에 매달려… 부부 중심의 문화를 가져라

입력
2015.06.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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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1명 "최근 1년간 갈등 겪어"… 원인 40%가 "배우자에 대한 불만"

전문가들 "갈등 회피하지 말고 현명하게 잘 싸우는 법 배워야"

①남자와 여자가 성생활을 독점하는 부부로 이루어지고 ②일정한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③하나의 경제생활의 단위가 되고 ④구성원 간 역할을 분담하며 ⑤자녀를 출산 양육하는 최소단위의 사회집단.

‘교육학용어사전’에 올라 있는 가족의 정의다. 사람들은 흔히 혈연으로 얽혀 있는 공동체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최소 단위는 이처럼 남남으로 묶인 부부로부터 시작된다. 가족을 일구기 위해선 ‘여든까지 가는 세 살 버릇’ 한두 가지씩 갖고 있는 개성 강한 남녀가 만나 인위적인 결합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상 부부는 의견충돌과 갈등을 늘 마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부간 불통 문제와 해법의 초점도 갈등 회피에 둘 게 아니라 ‘현명하게 잘 싸우는데’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부가 서로의 차이점과 가치관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부부 간 싸움이 의견 격차를 줄이는 ‘생산적 과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소통이다.

▦부부 대화에 부부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부부는 과연 소통을 잘 하고 있을까.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의 갈등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19~69세 기혼 남녀 676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32.0%ㆍ216명)이 최근 1년간 부부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갈등 원인으로는 ‘배우자의 성격 및 사고방식’이 20.1%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의 생활방식(19.5%), 부모 및 형제자매 관계(18.2%), 경제문제(17.9%), 자녀교육(11.3%), 가사 및 육아부담(6.3%)이 뒤를 이었다. 부부 갈등 10건 중 4건은 배우자에 대한 불만 때문에 생기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배우자와의 갈등만 해결돼도 가족 소통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부부간의 갈등 해결은 쉽지 않다. 갈등을 겪은 부부 10명 중 7명(69.9%)이 소통 단절로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했다. 아예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 ‘갈등→싸움→소통 단절→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대한민국 부부의 현재 모습이다.

계선자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 교수는 “불 같은 사랑을 통해 결혼을 하면 저절로 가족이 되고, 우연히 애가 생기면 부모가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부부가 많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각자의 가정에서 부모가 하던 (나쁜) 행동 방식을 답습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혼자의 인생 대부분이 배우자와의 공동 삶으로 이뤄짐에도 각자의 성격, 결혼생활에 대한 가치, 양육 철학 등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은 채 윗 세대가 살아온 방식(남편의 가부장적 행동, 아내의 일방적 살림과 육아 등)을 따라하다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소통 방식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부부간 대화에 정작 부부가 빠져있기 일쑤다. 최근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 엔비티가 30~40대 기혼 남녀 1,0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부부가 하는 대화 내용은 ‘자녀들 근황’(36.9%)이거나 ‘직장생활 및 일상 이야기’(36.1%)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고맙다” ,“사랑한다”는 애정의 표현은 6.6%에 그쳤다.

송종학 두란노 아버지학교 전문강사는 “가족의 구성단위가 대가족에서 부부가 중심이 되는 핵가족, 소가족으로 변화했는데도 정서적으로는 부모 세대와 독립하지 못했고, 가족 내에서도 부부 간 관계보다 부부와 자녀 간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의식 하에서는 부부간 불통이 빚어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가정이 화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루 약 300쌍이 이혼(통계청의 2014년 이혼통계)하고 있고, 가정불화 탓에 청소년 10명 당 1명 꼴로 가출(여성가족부ㆍ통계청의 2015년 청소년통계)하고 있다.

▦부부가 소통해야 가족이 산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중심인 부부의 소통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족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거라고 경고한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편은 일터 중심, 아내는 자식 중심으로 살아와 부부가 공유하는 삶의 현장이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부부 중심의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안 내 역할 분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성 역할과는 다른 자기 부부만의 역할 정의와 분담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남편이 가사에 쏟아 붓는 절대적 시간이 여성보다 적더라도 그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맞벌이를 하니 살림도 똑같이 나눠 하자’는 당위ㆍ원칙론 보다는 부부의 생활 패턴과 서로 잘할 수 있는 일 등을 고려해 책임질 살림 및 육아 분야를 합의해 나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 노력만으로 가족 간 소통 단절 문제가 다 해결될 수는 없다. 갈등의 표면적 이유가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생계와 자녀 교육, 노후 등 사회 인프라와 연결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의식 하에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가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은 일과 가정이 균형 있게 돌아가도록 1995년부터 ‘육아휴직의 부부간 할당방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 중 최소 60일은 아버지가 사용해야 한다. 아버지가 휴직을 포기한다고 어머니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버지의 육아참여를 강제하는 효과가 크다. 독일은 육아휴직을 부모시간제도라고 부르는데, 2007년부터는 아버지가 2개월 이상 휴직할 경우 보너스로 휴직 2개월이 추가 보장된다. 영국은 2011년부터 민관 합동 형태로 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정책은 육아 휴직 외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지원이 전무하고, 서비스 분야도 주로 사후 치료적인 상담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가족의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시간적 지원정책은 가족 간 시간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부부, 가족관계가 긴밀해지는데 도움을 주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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