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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자매

입력
2016.07.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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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라는 말은 리본을 닮았지요. 중간을 한 바퀴 돌려 묶으면, 묶인 양 옆으로 동그라미가 생겨나지요. 동그라미는 나란히 흔들리는 머리 같아요. 한 방향을 보고 있죠. 나란히 벌린 입 같아요. 미리 맞추지 않아도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리본은 스르르 풀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묶인 자리의 완강한 선언이기도 하지요. 자매는 우아한 리본처럼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며 맹세를 하며 한없이 다정하지요. 그러다가 서로를 향해 갑자기, 너는 이제 영영 네가 되어야만 할 거야, 세상에서 가장 모진 말을 쏘아붙이지요. 엉킨 리본이 되지요.

무수한 반복을 거듭해도, 엉킬 때마다 매듭을 푸는 방법을 자매는 모르지요. 그래서 울음을 불러오지요. 둘이지만 나눠가진 같은 것이 많고 깊어서 울음의 안이 닮아 있지요. 내 몸을 구석투성이로 만든 빛이 이내 어두운 귀를 관통해 줄 것을 나는 알고 있었을까요? 언니는 식탁 아래에서 접시를 쥐고 하나두울 그러다 하나 다시 하나, 이러고 있네요. 하나두울, 붙여 불렀던 당연함을, 하나 다시 하나, 각각의 자리에 놓아보는 것이죠. 자매가 다시 생겨나는 지점이죠.

여자 형제를 일컬어 자매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자매애를 나눠가진 사이가 많지요. 하나두울. 무조건 꽁꽁 묶는 것 아니고요. 하나 다시 하나. 이렇게요.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는 흔적이 잘 안 보이지요. 그러나 묶였던 혀만은 자신의 흔적을 알고 있지요. 세치 혀는 그래서 더 더 조심하게 되지요. 진정한 자매애는 그때 탄생하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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