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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령화 대응은 사회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입력
2017.11.28 1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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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 측면에서 올해는 의미 있는 해다. 금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저출산과 수명연장으로 노년부양률(65세 이상/15~65세)은 상승한 반면 유년부양률(15세 이하 /15~65세)은 하락하면서 양자가 역전됐다.

고령화 문제가 본격화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에 겪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1997년에 청년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렸다면 불과 20년 만에 5명이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인구고령화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면서 세대 간 갈등도 야기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종합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이 이어지면 10년 이내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04년부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삼았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10년 간 137조 원을 투입했다. 이어 2016~2020년에는 198조 원을 쏟아 붇는다. 그런데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으로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심각성 인식이 더뎌 종합대응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일본의 선례를 답습할까 우려된다.

과거 10여 년의 정책에 대한 냉정한 점검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화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정책의 효과에 집중된다. 선택과 집중을 도외시하고, 다양한 업무가 여러 부처에 산재한 채 예산과 조직이 제각기 확대돼 왔다. 확신을 줄만한 정책이 없는 가운데 작은 정책들의 조합 속에서 협업이 어렵고 효율성도 낮았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3차계획이 전사회적 대응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종합ㆍ구조적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저출산ㆍ고령화 이슈는 국가 존망에 관한 문제다. 최우선 정책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목표의 설정과 집행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합계출산율이나 노인빈곤율 목표도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수준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의욕적인 목표일수록 위원회보다는 정책결정권과 예산집행권을 쥔 전담 부서가 추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저출산은 어쩌면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볼 때에는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장차 개인의 행복까지도 잠식할 수 있다. 취업난, 주거문제, 자녀 교육문제 등 청년층이 느끼는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치유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청년층이 낙관적 기대를 가질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이 작아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저출산 덫’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도 여력이 있는 한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한다. 복지재원을 줄이고, 사회 활력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고령노동에 대한 편견해소가 선결요건이다. 고령층의 소프트한 노동수요가 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확대되고, 실버산업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청장년 노동력 우대를 위해 임금제도는 기존의 연공서열 방식에서 직무나 공헌도 중시로 바꾸어야 한다. 고령근로소득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대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밝아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고령화 진행 여건에서는 경제성장의 엔진이 바뀔 수 있다. 혁신과 기술 발전만이 잠재성장률 감소를 완충시킬 대안이다. 기술 발전에는 인적 자본이 촉매제임으로 교육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해외 두뇌의 이민 촉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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