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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대머리가 되고 싶어 되나요?” 탈모인의 비애

입력
2018.05.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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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이라도 하는 날엔 하루종일 노심초사, 가발 사이로 흐르는 땀을 전전긍긍 닦아내면서도 ‘혹시 눈치채면 어쩌지’ 안절부절하기 일쑤입니다. 약값이며 전용샴푸며 들인 돈만해도 몇 백이라는 이들은 바로 ‘탈모인’인데요. 이들의 눈물 어린 사연을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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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30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서더라고요... 이번에도 꽝이었습니다"  서울 한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6)씨는 지난 3월 친구 소개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가 ‘또’ 좌절했습니다. 계속되는 소개팅 실패의 원인은 다름 아닌 '탈모' 

“예비 며느리가 내 머리를 보고 아들도 대머리가 될까 두려워 결혼을 포기하면 어떡해요...” 2010년부터 병원에서 탈모치료를 받아 온 김모(48)씨는 상태가 나아졌어도 약을 계속해서 복용하고 있습니다. 자식의 결혼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데요. 

“미국인들은 탈모가 심하면 아예 머리를 밀고 다녀요. 우리나라처럼  대머리라고 무시하거나 심하게 조롱하진 않는답니다." 탈모인에 대한 편견과 조롱은 한국에서 유독 심합니다. 

“탈모는 자연적 현상인데도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 취급을 하죠."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과 전문의들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습니다. 

탈모인들은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수년째 탈모에 시달린 정모(42)씨는 줄어들기만 하는 통장에 울상을 짓습니다. “시판되고 있는 탈모방지 샴푸는 거의 다 써봤어요. 지금까지 탈모방지 제품 에 쓴 비용만 300만원이 넘는다니까요." 

탈모인들에게 병원 치료는 그야말로 ‘마지막 카드’. 그마저도 탈모가 너무 심하면 효과를 장담할 수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마지막에 병원을 찾으시는데 그땐 이미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답니다."

병원 치료를 결심한다 해도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15만~30만원 정도 드는 약값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하루 한 알 복용하는 탈모치료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탓입니다. 

그럼, 가발은 경제적일까요?  브랜드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유명 브랜드 제품은 100만원을 호가합니다. “2개를 번갈아 사용해도 몇 년이 지나니 가발 상태가 좋지 않아요. 다시 맞춰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입니다."

이런 비용을 들이고도 고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혹시 벗겨지지는 않을까, 상대가 가발을 쓴 것을 눈치채지는 않을까, 땀과의 전쟁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대머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화제가 될 때마다 탈모인들의 심리적 고통은 더욱 심해집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마빡이’가 인기를 끌었을 때 사람들이 나보고 그랬어요. ‘너도 마빡이니까 이마를 치면서 춤을 추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놀릴 때 화를 내면, ‘농담인데 뭘 그리 화를 내냐’며 옹졸한 사람 취급을 해요. 같이 웃고 맞장구를 쳐 줘야 하는 비참한 신세죠.”10년 넘게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서모(45)씨는  한탄합니다. 

개그는 물론 드라마, 쇼 프로그램에서 대머리=덜 떨어진 사람. 탈모인의 고민과 아픔이 느껴지시나요? 무심코 놀리고 손가락질하는 일상, 이제부터라도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원문 :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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