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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일몰’ 2006년에도 자율협약 대기업 6곳 중 4곳 결국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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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일몰’ 2006년에도 자율협약 대기업 6곳 중 4곳 결국 부도

입력
2018.07.02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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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제도가 관치 금융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실기업의 생사는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워크아웃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커 제때 정리돼야 할 기업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게 여당의 논리다.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다. 워크아웃은 채권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금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조정이다. 채권단 중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처럼 정부 산하 금융기관이 대주주인 경우 사실상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측면도 없잖다. 중견건설사인 경남기업이 지난 2013년 10월 워크아웃을 거치는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은행들이 특혜성 지원을 하도록 당국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때문에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하되 그렇지 못할 땐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국내엔 부실기업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할 능력을 갖춘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마땅치 않다. 시중은행이 댄 자본금으로 탄생한 유암코란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있지만 아직까진 중견기업만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을 뿐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법정관리 제도를 보완하겠다면서도 방법론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 근거법인 통합도산법은 주무부처가 법무부라 금융당국이 손을 쓰기 어렵다.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법원의 관여는 이해관계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고 있다. 사실상 대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기촉법 폐지에 따른 시장 혼란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촉법이 실효된 지난 2006년 당시 현대LCD와 VK모바일을 비롯해 6개 대기업이 워크아웃 대신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 찬성표를 얻어야 채권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4곳은 채권단 만장일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났다. 통상 법정관리로 가면 청산가치와 회생가치를 따져야 하는 등 구조조정 기간이 더 오래 걸리고 채권단 지원을 받기도 힘들어 기업이 살아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처럼 기촉법이 존재하지 않고 법정관리 절차만 있다면 불필요한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애초 국회가 기촉법을 제때 연장시켜줬다면 정부와 채권단이 임시 협약을 만드느라 과도한 행정력을 낭비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 이보다 좀 더 낮은 단계인 자율협약 성사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며 “워크아웃 없이 자율협약으로 가면 된다는 것은 시장 상황을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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