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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에 5ㆍ18 시계탑이… 혼네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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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에 5ㆍ18 시계탑이… 혼네의 '속내'

입력
2018.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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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가 이들의 앨범과 태극기를 들고 한국 팬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혼네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가 이들의 앨범과 태극기를 들고 한국 팬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혼네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혼네(ほんね). 일본어로 속내란 뜻이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제임스 해처(신시사이저)와 앤디 클러터벅(보컬)은 인터넷에서 팀 이름을 찾다 우연히 이 단어를 발견한 뒤 바로 팀 이름을 혼네(HONNE)로 지었다고 한다. 푸른 눈의 외국인이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동양의 언어를 팀 간판으로 내세운 ‘속내’는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과 단어가 지닌 뉘앙스가 맞아 떨어져서였다.

혼네는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솔 음악을 들려준다. 기계에서 나오는 차가운 소리에 영혼을 적신다는 아날로그 장르(솔)의 접목이라니. 혼네는 차가운 음악일수록 더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클러터벅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곡엔 우리의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을 들려주고 싶어” 혼네로 팀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극과 극이 만나 빚은 소리의 울림은 묘하다. 속내를 얘기하는 전자음악 듀오의 음악은 이들을 세계에 알린 데뷔곡이자 히트곡 ‘웜 온 어 콜드 나이트(Warm on a cold nightㆍ2014)’처럼 차갑지만 따뜻하다. 클러터벅의 창백한 목소리는 신시사이저가 만든 뿌연 안개 같은 소리를 만나 서정을 더한다.

최근 국내 침대 TV 광고 음악으로 삽입되기도 한 이 곡은 국내에서도 인기다. 6일 혼네의 앨범을 국내에 유통하는 워너뮤직코리아에 따르면 ‘웜 온 더 콜드 나이트’가 실린 이들의 데뷔 앨범 국내 매출(음원 수익 등 포함)은 2억원에 달한다. K팝에 밀려 해외 가수의 음악이 기를 펴지 못하는 국내 음악 시장에서의 이례적인 성과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혼네는 데뷔 후 한국을 최근 3년 연속 찾았다. 2016년 첫 단독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다. 혼네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사운드시티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선다. 그만큼 이들에게 한국 팬은 각별하다. 해처는 특히 첫 내한 공연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관객들의 호응에 너무 놀랐어요. 모든 노래를 따라 불러줬죠.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제법 오래 시간을 보냈고, 최근엔 휴가도 한국으로 갔어요. 1주일 여정이었죠.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까요? 하하하.”(해처)

혼네가 지난 4월 낸 신곡 '미 앤 유' 뮤직비디오 한 장면. 광주 동구에 있는 5ㆍ18 민주광장이 나온다. 한국 댄서들의 뒤로 광장 시계탑이 보인다. 뮤직비디오 캡처
혼네가 지난 4월 낸 신곡 '미 앤 유' 뮤직비디오 한 장면. 광주 동구에 있는 5ㆍ18 민주광장이 나온다. 한국 댄서들의 뒤로 광장 시계탑이 보인다. 뮤직비디오 캡처

혼네는 ‘한국 전도사’가 된듯했다. 해처는 클러터벅에게 한국 방문 시 가봐야 할 곳으로 “홍대”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번 휴가를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홍익대 인근의 불타는 밤 문화에 너무 놀랐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 표현에 클러터벅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한국을 응원했다”며 넉살을 떨었다. 혼네는 지난 4월 낸 신곡 ‘미 앤 유’ 뮤직비디오에 한국 곳곳의 풍경을 담기도 했다. 옛 선비들에 유학을 가르쳤던 명륜당을 비롯해 광주 5ㆍ18 민주광장 등이다. 한국의 춤꾼들은 디스코 풍의 비트에 춤을 추며 뮤직비디오에 흥을 보탠다. 혼네가 한국의 안무가에 직접 연락, 뮤직비디오 작업을 요청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혼네는 요즘 성장통을 앓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로케이션 언노운’엔 두 사내가 유명해진 뒤 주위 사람들과 멀어져 쌓인 외로움 등이 가득하다. 곡을 쓴 클러터벅은 “세계 곳곳을 돌며 하는 공연은 즐겁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 많이 힘들다”면서 “누군가를 만나 무엇이든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곡에 담았다”고 했다.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혼네는 미리 공개한 ‘미 앤 유’ ‘로케이션 언노운’ 등이 실린 새 앨범 ‘러브 미, 러브 미 낫’을 다음달 발매한다. 신작에선 미국 유명 래퍼 드레이크의 ‘패션 프루트’를 작곡한 프로듀서 나나 로그스 등과 협업해 새로움을 줄 예정이다.

음악과 달리 혼네의 두 사내는 뜨거웠다. 둘은 창작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 “레슬링을 하며 푼다”고 농담했다. 재치 넘치는 혼네는 이번 내한 공연도 “굉장한 파티가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그리고 나선 ‘만나서 반가워요’란 한국 인사를 영어 발음 나는 대로 ‘Mannasuh bangawayo’라고 적어 미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어서 새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이 행복하고 힘을 받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려고요, 곧 봐요!”(클러터벅)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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