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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최소 29조 배당… 절반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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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최소 29조 배당… 절반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 몫

입력
2017.10.31 2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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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 발표

잉여현금흐름 산출 방식 바꿔

주주환원 비율 상승하는 효과

3년 단위로 변경 적용키로

“사내유보금, 주주환원보다

미래투자에 더 써야” 지적도

그림 1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1층 홍보관 입구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그림 1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1층 홍보관 입구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돌파를 앞둔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배당금으로 29조원을 쏟아낸다.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지만, 막대한 배당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배당금이 지분의 50%를 넘게 소유한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분기 최대 경영실적을 내놓은 31일 내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시행할 주주환원 정책도 확정ㆍ발표했다.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추진한 자사주 매입ㆍ소각이 아닌 배당 확대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4조원)보다 20% 많은 4조8,000억원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이보다 두 배 많은 9조6,000억원을 배당한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해 3년간 약 29조원을 배당금으로 풀 계획이다.

벌어들인 현금흐름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뺀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지만 내년부터는 인수합병(M&A) 금액을 차감하지 않기로 했다. 잉여현금흐름 산출 방식을 바꾸면 주주환원 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잉여현금흐름을 현재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 적용해 주주환원 규모의 급격한 변동도 방지한다. 한 번 정해진 주주환원 정책이 3년간 지속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영업을 잘해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나면 배당 규모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주식 수 자체를 줄여 보유 주식 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매입ㆍ소각은 추가 배당 뒤 잔여 재원이 생길 경우만 진행한다.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이상훈 사장은 “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차별화한 기술력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회사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해 주식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따른 수혜는 대부분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외국인 주주의 지분은 54%(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 지분은 3%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 안팎이다. 이는 결국 내년부터 3년간 배당될 29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몫이란 뜻이다.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예고되면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삼성전자를 4조7,000억원 어치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8,400억원 순매수로 기조를 바꿨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액이 많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다국적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30조원의 특별 배당을 요구한 데에서 보듯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권 위협과 압박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다. 삼성전자는 당시 잉여 현금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지속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을 잘해 배당을 많이 하면 외국인 주주들이 굳이 현 경영진을 흔들 필요가 없어진다”고 고배당의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전자 사내 유보금은 주주환원보다 미래 투자에 더 많이 쓰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과 스마트폰, TV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지난 몇 년간 이어온 투자의 결과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올라타긴 했지만 언제 호시절이 끝날지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신사업을 발굴하고 대형 인수ㆍ합병에 나서는 등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성 서강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배당을 늘렸을 때는 앞으로도 현재의 실적과 배당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주들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향후에는 실적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을 유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분기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발표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277만2,000원까지 치솟다가 전날보다 5만2,000원(1.92%) 오른 275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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