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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조작에 철퇴 맞은 러시아, 흥행 먹구름 드리운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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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조작에 철퇴 맞은 러시아, 흥행 먹구름 드리운 평창

입력
2017.12.06 17: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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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자격으로만 출전 가능

러, 102개 중 32개 종목 메달권

전면 불참 땐 ‘반쪽 대회’ 우려

푸틴 “개인 자격 참가 막지 않겠다”

한 여성이 6일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 본사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잔=AP 연합뉴스
한 여성이 6일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 본사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잔=AP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6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악재를 만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6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에 평창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토마스 바흐(64)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러시아의 도핑 조작을 두고 "올림픽 정수를 향한 전례 없는 공격"으로 규정했다. IOC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1964∼88년 흑백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남아공 이후 처음이다.

IOC는 다만 엄격한 도핑 절차를 거쳐 통과한 선수에 한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대신 러시아 국가명과 러시아 국기가 박힌 유니폼을 착용하지 못하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 ㆍOAR)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나라 없는 선수들’로 취급한 IOC의 결정에 러시아의 반응이 주목된다.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로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은 앞서 자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모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선 스포츠 스타는 물론 시민들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norussianogames’(No Russia, No Games)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데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의 여자 테니스 스타 엘레나 베스니나(31)는 자신의 SNS에 “우리는 수년간 땀과 피, 눈물을 흘린 끝에 올림픽에서 경쟁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적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방문, 공장 직원들에 둘러싸여 연설하던 도중 “우리는 보이콧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올림픽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출전하길 원한다면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12일 자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밤사이 눈이 내린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 설치된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에 눈이 쌓여있다. 세종=연합뉴스
밤사이 눈이 내린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 설치된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에 눈이 쌓여있다. 세종=연합뉴스

동계 스포츠 강국 러시아 선수들이 없는 올림픽은 흥행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밖에 없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주요 국제대회 톱5에 진입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러시아는 평창 올림픽 전체 102개 종목 가운데 32개 종목에서 메달권에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현재 세계 정상 수준인 것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버티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포함해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 단체전과 남자 스키애슬론 등 4종목이다.

이밖에 상당수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벌이는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다면 평창은 ‘반쪽 대회’로 전락한다. 또 중계권과 입장권 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러시아 최대 관영 미디어 그룹 VGTRK는 “러시아 선수단이 참여하지 않는 올림픽을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 동계올림픽 입장권 수입에서 40%를 차지하는 ‘올림픽의 꽃’ 아이스하키도 걱정이다. 이미 세계 최고 선수들이 누비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이 평창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세계 2위 리그 KHL(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도 동참할 수 있다. 드미트리 체르리셴코 KHL 회장은 IOC가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문제를 문제 삼자 “KHL도 NHL의 뒤를 따를 준비가 됐다”고 으름장을 놨다. NHL의 불참 결정 이후 KHL 선수들로 전력을 꾸릴 예정이었던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체코는 공동 명의로 KHL에 “자국 선수의 출전을 허용해달라”는 서신을 보냈다.

NHL과 KHL 선수가 전부 빠진 올림픽을 두고 외신은 “세계주니어선수권처럼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ABC뉴스는 IOC 결정 이후 “평창 대회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사상 가장 예측할 수 없는 하나의 대회”라고 조롱했고, ESPN은 “NHL 이어 KHL 불참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KHL에서 뛰고 있는 캐나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KHL이 캐나다의 대표 선발에 따르기로 약속했지만 여기에서 뛰며 느낀 건 계약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러시아 선수단의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러시아 선수들은 물론 평창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통한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지 집행위에 참석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흥행을 위해 러시아 선수단이 자국 깃발을 들고 참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조직위가 IOC의 결정을 반대할 힘은 없다”면서 “러시아 선수들이 아예 참가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OC는 칼을 빼 들면서도 러시아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징계안 마지막 부분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러시아 선수들이 IOC의 징계 요구안을 완벽하게 존중하고 충실히 시행한다면 IOC는 평창 올림픽 폐회식 때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러시아 징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적시했다. NYT는 IO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평창올림픽 폐막 현장에서 러시아 국기가 상징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하지 않고 징계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IOC가 다음 올림픽부터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출전 금지 징계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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