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남측을 방문하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미국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북측 대표단과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접촉할 가능성 관련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동안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펜스 부통령이 ‘북 대표단과의 어떠한 접촉도 요청하지 않았다’, ‘남측 당국에 북 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ㆍ일본 방문길에 알래스카에 들러 “북한 대표단과 어떠한 회동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한 바 있다.
그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우리는 겨울철 올림픽과 같은 체육 축전을 정치적 공간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고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영삼 국장 사진과 해당 문답 내용을 게재했다. 북한은 앞서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남측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포함돼 북미 접촉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만남에 거리를 두며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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