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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재활공동체 극소수… 정부 지원 없어 재정난

입력
2018.01.22 04:4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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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통해 경제적 자립 필요하지만

대부분 영세사업체와 다름 없어

주변 냉소적 시선 탓 규모도 작아

“투약하다 보면 온전한 사회생활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처절하게 외로워. 약하고 나밖에 안 남으니까. 이 공동체가 그런 사람들을 외롭지 않게, 정상적으로 사회생활 할 수 있게끔 돕는 거지. 정부는 잡아넣는 것 밖에 안 해.”

이모(42)씨는 필로폰 투약으로 망가진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간절하게 사회복귀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던 끝에 신용원(53) 목사가 운영해 온 재활공동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을 알게 돼 이곳에서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이씨뿐 아니라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마약류 중독자들은 단약(斷藥)에 성공한 ‘선배’들이 운영하는 극소수 민간 재활 공동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재활공동체다. 20년 전에 마약류를 끊은 신 목사는 신앙을 기반으로 중독을 견뎌 내고 직업 재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직업교육이나 일자리 소개를 하기보다는 직접 마약류 중독자들과 직업재활 사업을 전개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그간 ‘소망을 나누는 떡집’ ‘고추장에 빠진 돼지’ ‘보리떡 다섯 개’ 등을 운영했지만 영세 사업체나 다름 없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인천시내 버스정류장 등에 영상 광고판을 부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 서울 다르크(DARCㆍ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도 직업 재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 다르크는 역시 마약 중독자였던 원유수(52) 서울 다르크 시설장이 2012년 일본 다르크 회원들이 모금한 3,600만원을 지원 받아 국내에 설립한 공동체다. 원 시설장은 “마약류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근절할 수는 없다”면서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과정을 통해 잃으면 안 되는 것들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약을 위한 동기부여에 가장 중요한 게 직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다르크 역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단약 후 사회복지사ㆍ약물재활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원 시설장이기에 서울시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 받을 뿐이다. 게다가 주변의 냉소적인 시선 때문에 드러내놓고 재활공동체를 운영할 수도 없어 조그만 원룸을 얻어 소규모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신용원 목사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가 마약 중독자의 치료ㆍ재활을 등한시하면서 민간활동에 일절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ㆍ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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