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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인요양보험 이젠 지역사회가 더 관심 가져야

입력
2018.07.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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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여성 A씨는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척추를 심하게 다쳤다. 혼자 4남매를 키우느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지금은 아예 기어 다니는 형편이다. 살면서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열 손가락은 모두 휘고 뒤틀렸으며 어깨와 손가락이 아파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 하루 3시간 방문요양 서비스’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은 후 웃음을 되찾았다. 이제 요양보호사가 음식을 만들 때 옆에서 파를 썰기도 한다.

요양보호사의 일은 시설에서만 행해지는 게 아니다. A씨 사례처럼 서비스 당사자가 익숙한 공간에서 더 깊이 소통해 일상의 행복을 찾아주는 일도 있다. 가령, 운동을 싫어하는 분에게는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 주고 글을 모르는 분에게는 재미나는 이야기책을 읽어 주고 때론 특별식으로 건강도 챙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출범한 지 10년이 되었다. 2008년 여러 가지 우려 속에 출범하였으나 현재 국내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는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수적인 복지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돌봄 일선에서 가족을 대신해 또는 가족과 더불어 돌봄을 제공해온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65년 미국은 메디케이드(Medicaid)라는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저소득노인이 장기요양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좋은 요양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하게 하려던 정책 방향으로 인해 장기요양에 대한 공적 비용 투입이 증가했음은 물론 조기에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사례가 늘어나 생의 마지막 삶의 질을 오히려 제한 받게 되었다.

이후 주요 복지 선진국들은 시설 입소 대신 지역사회 돌봄에 초점을 두며 ‘노인이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최대한 오래 삶을 보낼 수 있게(Aging-In-Place)’ 한다는 목표를 노인 돌봄 분야의 핵심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시설급여 입소자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고,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재가서비스의 활성화 차원에서 재가 이용자에게 현금급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계획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빠른 속도의 고령화에 대비하여 사회적 부양 부담을 감소시키고 존엄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역사회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앞서 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보장성 확대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하여 지역사회 거주 경증치매 노인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였고, 이용자 맞춤형으로 통합재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방문요양과 주ㆍ야간보호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 왔다.

하지만 한정된 시설 내 돌봄과 달리 지역사회 돌봄 정책은 주거, 식사 및 교통 등 사회환경 자체가 고령친화적으로 개선되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가정 같은 소규모 돌봄주거공간이 늘어나야 하고, 노인의 신체 및 인지 기능의 변화에 따른 향후 돌봄 관련 계획이나 가족의 수발 고민을 상담해 주는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번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한국형 사례관리 도입이 포함된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역사회 돌봄이 활성화하려면 지역 내 서비스 제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공단 등이 지역주민과 활발히 교류하고 고민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 보건복지부나 건보공단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노인이 살던 지역에 계속 거주하면서 돌봄을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려면 이제 지역사회가 노인돌봄 분야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재원의 불충분이나 제도적 제약을 핑계로 노인돌봄의 책임을 중앙부처에만 전가하기에는 주변에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 전보다 더 지역 밀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관련 주체들 간 공동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찬우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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