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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섹스리스'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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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섹스리스' 원인?

입력
2015.0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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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멀리하고 아이만 챙기면 부부관계 급속 악화

아이 5살 정도에 공간 분리, 심리적ㆍ육체적으로 여유 가져야

발기유발제ㆍ야한 속옷으로 성생활 문제 해결 안돼

배우자 탓하기보다 치료 받아야

애정표현도 관계 회복에 중요

라우만(Laumann) 박사 등 미국연구소(NHSLS)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1년에 10회 미만 잠자리를 할 경우 ‘섹스리스(sexless) 부부'라고 한다. 일본 성(性)과학회는 결혼 후 건강 등 특별한 이유 없이 1개월 이상 부부관계를 맺지 않으면 섹스리스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기혼자의 섹스리스 비율이 44.6%이고, 연간 섹스 빈도도 세계평균(103회)의 절반을 밑도는 48회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섹스리스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30세 이상 60세 미만 기혼남녀 1,000명(남성 506명ㆍ여성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인 성의식 실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 배우자와 성관계를 아예 갖지 않았거나 월 1회인 사람은 35.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보다 낮지만 우리나라의 섹스리스 부부비율은 이미 세계평균인 20%를 추월한지 오래다.

■남성 “음란물 주인공이 롤 모델인 당신이 문제”

“열심히 번 돈 다 갖다 바쳐도 다른 남편과 비교하고 술집을 다니는 것도 안 되고 피곤해서 아이들과 못 놀아주는 것도 불만이고 잠자리는 자기가 원할 때만 하려는 이기적인 마누라와 사는 것이 불행입니다.”

결혼 11년 차 40대 남성 A씨의 하소연이다. 연애시절 얼굴만 봐도 좋았던 아내가 남 보다 못한 인간이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잠자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내가 왜 자기를 멀리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직장에서 녹초가 된 자신을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저런 핑계로 잠자리를 기피하는 아내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남성들은 외도나 자위로 성적갈증을 해결하려 한다. 김수웅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아내와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남성, 특히 중년남성 중에는 자위로 성적욕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위에 탐닉하게 되면 부부관계를 해도 사정을 하지 못하는 지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동우 강동우성의학클리닉 원장은 “자위 빈도가 섹스 빈도보다 높으면 섹스리스로 가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했다.

음성적으로 퍼져있는 성매매 문화도 문제다. 강 원장은 “원래 남녀 관계는 남자가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변태적인 서비스가 만연한 성매매 업소를 출입하면서 부부관계 때 아내에게 서비스를 요구해 아내가 부부관계를 기피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청소년기 왜곡된 성의식을 고착시키는 음란동영상도 정상적인 부부관계에 장애를 초래한다. 윤하나 이화여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성생활과 인터넷, 음란물의 과장된 성행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남성들은 음란물에 등장하는 남성들처럼 부부관계를 해야 아내가 만족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음란물 주인공들을 성행위의 기준으로 삼는 것부터 버려야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강동우성의학클리닉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와 같은 ‘정크섹스(junk sex)’를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는 남성의 35.1%는 성관계를 쾌락을 위한 도구로 여기고 있었다. 정크섹스에 관대한 남성일수록 쾌락위주의 성관계를 중시, 배우자와의 안정된 성관계가 가져다 주는 친밀감과 유대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년에 찾아오는 혈관성발기부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성욕저하 등의 이유로 부부관계를 기피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남성들이 성생활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발기부전’”이라며 “발기부전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나타나는데 남성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패한 것이라고 위안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인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숨기려 하면 부부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발기부전을 앓는 남성들의 경우 성격이 예민해질 뿐 아니라 부부관계 자체를 차단하려 한다”며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섹스리스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원장은 “비아그라 등 발기유발제를 신봉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며 “발기유발제는 보조제일뿐 근원적인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정신적, 육체적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성 “성기능장애 불구 남편 외도할까 침묵”

“아이보기 힘들어 죽겠는데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잠자리하자고 보채고, 방광에 통증이 있어 힘들어도 외도 할까 봐 억지로 부부관계를 하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우울해요.”

남성에 비해 여성이 섹스리스가 되는 원인은 더욱 복잡하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성욕저하. 윤 교수는 “호르몬수치가 떨어져 몸에 변화가 오는 40대 중반이 되면 여성들은 성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 원장은 “성욕저하는 여성 우울증의 초기단계로 가장 오래가는 증상”이라고 했다.

성기능 장애도 섹스리스의 주요원인이다. 윤 교수는 “폐경기 전 여성의 15~35% 정도가 성기능장애를 경험한다”며 “불감증, 성욕저하 등의 문제도 있지만 성기능 장애 때문에 부부관계를 기피하는 여성이 많다”고 했다. 2012년 전남대 성의학연구소가 광주광역시 및 전남 거주 20~40대 기혼여성 66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여성의 성기능 장애 유병률은 42.9%였고, 특히 40대 여성의 유병률은 51.8%에 달했다. 윤 교수는 “여성은 방광통증, 요실금, 과민성방광은 물론 자궁과 난소에 혹이 있으면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부부관계 시 아픈 것이 당연한 줄 알고 무조건 참으려 하는데 상태가 악화되면 부부관계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병원을 찾아온 여성들 중에는 남편이 외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부관계 시 통증만이라도 없애달라는 사람도 있다”며 근본적인 치료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머리가 아파서 부부관계를 못 하겠다”는 아내의 답변이다. 남성들은 성행위 시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성행위 두통’을 모르기 때문에 아내에게 화만 낸다. 이 질환은 히포크라테스가 가정 먼저 언급할 정도로 오래된 병으로 호르몬이나 질염, 자궁근종 등으로 성기 상태가 취약할 때 흔히 발생한다. 강 원장은 “성두통은 전체 여성의 20%가 경험할 만큼 여성에게 많은 병”이라며 “성행위 시 혈관이나 자율신경계가 긴장과 이완의 급격한 역전반응을 보여 두통이 유발되는데 성적흥분이 클수록 심화되고 성행위 후 몇 시간 동안 두통이 가시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프로락틴이나 갑상선호르몬에 문제가 발생해 성욕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프로락틴은 임신ㆍ수유 중 상승하는 유즙분비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상승하면 성욕이 줄고 여성의 성기조직이 위축돼 분비저하 및 성교통을 유발한다. 강 원장은 “일반적으로 임신과 수유 중 여성의 성욕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임신과 수유가 끝난 후에도 성욕이 계속 감소한다면 혈중 프로락틴의 상승과 관련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갑상선 호르몬도 성욕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 원장은 “갑상선저하증이 있거나 갑상선항진증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이 억제돼 신진대사가 줄고 성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나친 자녀사랑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부부가 섹스리스로 빠지는 중요한 분기점이 다름 아닌 출산이다. 출산 후 아내가 자녀와 적절히 분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아이가 5살 정도가 돼 일찍, 따로 재우라고 말하면 여성들은 ‘부부관계 때문에 아이를 내팽개치란 말이냐’며 항의를 하는데 성장호르몬이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 밤10시부터 새벽2시 사이 수면이 절대 필요하고,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공간을 갖고 부모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둬야 성장해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며 “아이들로부터 벗어나 부부가 심리적, 육체적으로 여유를 가져야 안정된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남편을 멀리하고 아이들만 끼고 도는 여성들이 많은데 결국 남편이 아닌 자녀와 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아이가 소중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적절한 경계를 긋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했다.

■ 섹스리스 해결하려면 ‘부부소통’복원 필요

섹스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정신건강의학과,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무조건 부부관계를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남편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는 아내 공히 잘못”이라며 “부부간 소통이 섹스리스를 치료하는 첩경”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부부간 친밀감이 사라졌다면 섹스리스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아내는 남편의 장난, 말, 터치에도 충분히 감동을 받기에 애정표현을 늘려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우리사회가 100세 시대로 가고 있지만 정작 50대 이후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부부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자체가 전무하다”며 “성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섹스리스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 원장은 “남성은 발기유발제에, 여성은 야한 화장과 속옷만 입으면 부부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 부부”라며 “섹스리스로 살다가 배우자가 더 싫어진 것이 아닌지, 상대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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