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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ㆍ알ㆍ못’? 천만에! 그는 마키아벨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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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ㆍ알ㆍ못’? 천만에! 그는 마키아벨리스트

입력
2018.02.21 16: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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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언제든 한발 뺄 준비하는

‘포트폴리오 정치’로 분석

李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엔

“복수야 말로 정치의 기본이고

그 기본이 선거에 유리”

문재인 대통령에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따라 다닌다. 그러나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문재인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 일축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에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따라 다닌다. 그러나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문재인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 일축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좋게 말해 ‘순박한 아저씨’ 같은, 나쁘게 말하면 정치력 없는 ‘정알못(정치 알지 못하는)’이라고요? 전혀요. 제가 보기엔 정치의 본질을 잘 익힌 마키아벨리스트입니다.”

21일 전화통화로 만난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아주 빠르게 읽히는 가벼운 필치로 써 내려간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레디앙)이라는 책에서 문 대통령을 “깊은 혹은 검은 속내”를 가진 정치인이라 진단했다

이 교수의 정치진단 밑바탕엔 ‘4중의 마이너리티’가 있다. 진보 정당 당원이자, 지방대 교수이자, 인도사 연구자이자, 부산에 사는 전라도 사람이다. 그는 4중의 마이너리티 때문에 아무리 더럽다 욕해도 중요한 건 결국 현실 정치이며, 현실 정치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 교수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훌륭해서가 아니다.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 강자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 약자 또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똑같이 부패하고 타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부패와 타락을 막으려면 팽팽한 긴장관계가 필요한데, 그러기에 진보 정당 쪽이 너무 약해서 그쪽을 지지할 뿐이다. 지금도 ‘진보 정치’를 한다면서 ‘진보’만 내세울 뿐 ‘정치’를 하지 않으려는 그들에게 “제발 야합 좀 하라”고 충고하는 쪽이다.

이런 이 교수의 눈에 문 대통령은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스트다. 이유는 ‘포트폴리오 정치’다. 강한 정체성을 중심으로 충성 지지층을 이끌어내는 ‘정체성 정치’의 반대말이다. 포트폴리오 정치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언제든 한발 뺄 준비를 하는 변덕의 정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한 예다. 후보 시절엔 반대하다, 국회 비준 등 절차 문제를 끄집어냈다가, 다시 중국이 북핵을 제어 못 한다면 배치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보폭을 계속 이동시키다 어느 날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했다.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

이명박 전 대통령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직 대통령을 둘씩이나 감방에 보내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나돌던 정권 초부터 이 교수는 반드시 구속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그것도 아주 탈탈 털 것이며 시기도 2018년 지방선거 전에서부터 2020년 총선 때까지라 내다봤다. 이 교수의 논리는 간단하다. “복수야 말로 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본이 선거에 유리하다면 더더욱 좋다.

향후 정치 일정은 오직 정권 재창출 하나에 쏠릴 것이라 봤다. 물론 어느 정권이나 정권 재창출을 염원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이는 더 절박한 과제다. ‘친구 노무현의 죽음’ 때문이다. ‘정권 좀 넘어가면 어떠냐’라는 안이한 태도가 불러온 결과를 목격한 문 대통령은 ‘정권 연장만이 최고의 민주주의’라 믿는다는 얘기다. 이런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 교수는 착잡한 심정이다. 진보 정당도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득권층이라 할 대학 정규직 교수이다 보니 출판사에서 책으로 묶어내자 했을 때 잠시 망설였다. 페이스북에다 편하게 남긴 일종의 ‘잡글’인데 싶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2016년 4ㆍ13총선 이전 더불어민주당이 격랑에 휩싸였을 때 쓴 충고를 보고선 당 쪽에서 “참고하고 있으니 더 자주 써달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받아본 경험, 지난 대선 때 막판 사표(死票)론으로 진보 정당을 압박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대선 뒤 사과 받아내기 운동을 벌여 관철시킨 경험 같은 것이 작용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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