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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싱가포르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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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싱가포르 프로토콜’

입력
2018.06.10 14: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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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protocol)은 원래 기후변화협약의 대명사인 ‘교토 프로토콜’에서 보듯 의정서나 협약서를 뜻하는 외교용어이지만 국가간의 의례나 약속을 지칭하는 말로 더 자주 이용된다.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금세기 가장 까다로운 외교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회담 전후 프로토콜도 의제 이상으로 눈길을 끈다. 두 정상이 전쟁을 잠시 멈춘 정전협정의 당사국인데다, 공격성과 예측불가성을 앞세워 포커게임하듯 세계를 뒤흔들어온 별난 인물들이니 말이다.

▦ 동선 하나, 몸짓 하나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프로토콜의 정치학’을 새로 쓰기 위해 5월 하순부터 싱가포르에 파견된 양측 대표는 조지프 헤이긴(62)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74)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다. 헤이긴 부실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공화당 대통령 이후 줄곧 공화당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담당해온 ‘최고 의전통’이고, 김 부장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부터 비서실에 근무해온 ‘김씨일가 집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과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 벌인 기싸움도 대단했을 것이다.

▦ 언론을 통해 알려진 프로토콜의 포인트는 6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경호와 보안이고 둘째는 악수와 자리배치 등 스킨십, 셋째는 음료와 식단이다. 나머지는 회담 이후와 관련된 것으로, 공동합의문 유무, 언론발표 방식, 선물 등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외교는 프로토콜에서 시작해 프로토콜로 끝난다’는 말에서 보듯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첫 장거리 해외순방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여정과 항공편이 궁금증을 낳는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70년을 적대해온 양국의 성격파 지도자가 처음 조우해 나눌 첫 마디가 될 것이다.

▦ 양측 의전통들은 “자유분방한 트럼프 스타일과, 호방한 정상국가 리더를 꿈꾸는 김정은의 이미지를 적절히 살리는” 조율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이 피차 파격적인 만큼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의전 관계자들은 내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신장질환 수술 여파로 남편과의 동행을 포기한 멜라니아 여사가 그나마 이들의 짐을 덜어줬다. ‘멜라니아-이설주 이벤트’를 놓친 언론은 아쉽겠지만 내일 ‘싱가포르 프로토콜’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될 듯 싶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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