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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상금 횡령’ 변호사, 사업파트너 해외도피 검찰 간부와 논의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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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상금 횡령’ 변호사, 사업파트너 해외도피 검찰 간부와 논의 정황

입력
2018.02.2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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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하고 밥 한번 먹자

출국금지 조치에 백 좀 써줘”

로비 리스트 USB 회수 시도도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지연이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온 중견 변호사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자신의 사업파트너를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현직 검찰 간부와 의논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 변호사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6시간 분량의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모(57) 변호사는 2014년 5월 자신과 사이가 틀어진 사업파트너 A씨와 대화하던 중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A씨는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최 변호사 고소로 궁지에 몰리자 이에 맞대응해 최 변호사의 금품비리 의혹을 폭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최 변호사는 구속을 피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A씨 요청에 홍콩으로 도피할 것을 권유했다. 최 변호사는 광고대행 등 사업체에 돈을 대고, A씨는 이를 운영하다 회삿돈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당시 A씨에게 “홍콩 가라. 검찰 공무원들도 이제 인사이동 있지 않겠냐.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1년 뒤에 수사관이나 부장검사 다 바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가 홍콩으로 가려면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풀려야 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자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검찰 부장검사로 보이는 인사와 전화통화에서 “김모 부장검사하고는 사이 좋아? 지금 조사과에서 수사관이 수사하고 있는데, 김 부장하고 우리 셋이 밥 한번 먹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전화한 목적을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전화 상대방에게 “(출국금지 해제) 동의서가 들어가도 부장이나 차장이 거부를 해버리면 어떡하지? 데리고 있었다며, 너가 백 좀 써줘”라고 부탁했다. 그 후 전화를 끊고 최 변호사는 A씨에게 “담당 검사를 데리고 있던 사람이 내가 잘 아는 부장이다. 그런데 (출국금지 해제) 보장은 못 하겠대”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A씨에게 “홍콩에서 공문을 하나 빨리 받아라. 홍콩 가면 (투자한) 돈을 받아올 수 있을 것처럼. 그런데 너 혼자 가면 안 되고 비행기 표를 3장을 끊어라. 혼자 간다고 하면 검찰에서 보내 주겠냐”라며 도피방법을 설명하면서 “이거 정말 실정법 위반이야. 나는 범인은닉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녹음파일에서는 검찰과 국세청 등 고위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최 변호사의 로비 리스트(한국일보 8일자 14면 보도)가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A씨에게서 회수하려고 시도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최 변호사는 “USB 당장 나한테 줘라. 지금 당장 줘. 공무원들 나오면 나 정말 치명적이야. 그걸 어떻게 방어하냐. 제일 겁나는 게, 실행자가 다 적어놨을 거 아니냐. 누구 만나서 얼마 준거 다 나와있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해외로 도피하지 않았으며 USB를 최 변호사에게 넘기지도 않았다. A씨는 범죄혐의를 부인했지만 열흘 뒤 검찰에 구속돼 결국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최 변호사의 금품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비행장 주변 주민들에게 지급돼야 할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 6일에는 거액 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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