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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새 쫓는 드론

입력
2018.03.23 16:3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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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조종사는 이착륙 시 극도로 긴장한다. 짧은 시간에 절차를 점검하고 각종 비행 데이터와 기상정보 등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양하고 복잡한 장비들을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조류 충돌)’는 조종사가 가장 경계하는 외부 변수다. 이착륙 시 항공기 고도가 낮을 때 새가 엔진 공기흡입구로 빨려 들어가 블레이드라도 부수면 대형 추락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제 소재인 2009년 US에어웨이스 1549편 불시착 사고도 이륙 직후 850m 상공에서 기러기떼와 충돌해 일어났다.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2011년부터 4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항공기 조류 충돌은 6만5,139건에 이른다. 항공기에 차량, 열차, 빌딩까지 합하면 조류 충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국내 항공기 조류 충돌은 2011년 92건에서 2015년 287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항공사 피해액만 연간 최대 200억원 수준이다. 이륙 직후 항공기가 시속 370㎞로 상승하는 순간 0.9㎏ 무게의 청둥오리와 부딪칠 경우 4.8톤의 충격이 가해진다니, 조류 충돌의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 주요 공항은 새를 쫓아내기 위해 산탄총으로 무장한 전담팀을 두고, 경적이나 폭발음을 내는 경음기(警音機)와 폭음기(爆音器), 새에게 위협감을 주는 반사테이프나 스케어리맨(사람 모양 인형)을 설치한다. 아예 새 서식지인 공항 주변 습지, 늪지를 메우고 먹잇감인 곤충을 없애는 살충작업도 한다. 항공기엔진 제작사들은 1㎏ 이상의 큰 새가 엔진에 빨려들어가도 정상 출력을 내는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조종석 앞 유리는 조류 충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중 구조로 만든다.

▦ 인천공항공사가 조류 퇴치에 드론을 투입기로 하고 시범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은 늪이나 수풀 등 사각지대의 새 떼를 찾아 천적 울음 소리나 공포탄 소리로 퇴치한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인천공항에서 오작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드론이 날아다닌다니 우려가 앞선다. 유럽에서는 새들이 드론을 공격했다는 보고도 나왔고, 2년 전 런던 히스로공항에서는 드론이 항공기와 충돌하는 ‘드론 스트라이크’가 있었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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