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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기식 해외봉사, 공정여행으로 바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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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기식 해외봉사, 공정여행으로 바꿔야죠”

입력
2015.0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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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대중교통 이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로 해외 마을 도와

"소외계층에 여행 기회 주고싶어"

여행협동조합 ‘루트온’을 설립한 대학생 이룩씨가 6일 서울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공정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행협동조합 ‘루트온’을 설립한 대학생 이룩씨가 6일 서울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공정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입는 옷을 입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만 사용해 이동합니다. 숙소도 홈스테이가 원칙이니 호텔 조식으로 대표되는 여행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죠.”

기존 여행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협동조합을 세워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생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1월 여행협동조합 ‘루트온’을 설립, 운영해오고 있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3학년 이룩(23)씨 이야기다.

‘사람과 함께 더 나은 지구를 만들어간다’를 모토로 삼은 루트온이 추구하는 대안적 모델은 공정여행(Fair Travel)이다. 쉽게 말해 관광지를 순회하고 끊임없이 소비만 하는 일반 패키지 여행과는 달리 현지인과 교류하면서 그곳의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구입해 지역사회도 살리는 여행이다.

루트온이 지난해 6월 일반인 여행객을 모아 14박15일 일정으로 다녀온 캄보디아 여행이 이런 컨셉이었다. 이씨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시골마을,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며 “돈 쓰러 가는 여행, 남들 다 가는 코스를 그대로 따라 하는 ‘판박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루트온은 현지인이 입는 옷을 입고, 현지인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만 사용해 이동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로 현지 주민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함으로써 배움을 얻는 여행을 계획한다. “현지화를 고집하는 건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내면의 깊이가 더해지는 거죠.”

여행 기간 중 스마트폰을 동의 하에 수거하는 것도 루트온의 특징이다. 여행자가 현지인과의 대화보다는 스마트폰 사용에 열중하거나,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진정한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가 여행협동조합을 만든 건 기존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적지 않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790여 시간을 해외 봉사활동 등에 헌신한 공로로 20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상을 수상할 예정인 그는 적지 않은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해온 이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과 종교단체 중심의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현지인과 소통하러 가는 건지, 한국이 잘 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는 건지 알기 힘들 때가 많아요.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기계를 주고 오거나, 아프리카 빈곤 마을을 방문해 아이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외면하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대학생 조합원 5명이 모여 설립한 루트온은 현재 성공회대에서 주관하는 해외교류 프로그램의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획일적 여행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이라도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적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발전시킨 것이 바로 일반인 대상의 공정여행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1년에 600만원 정도 되는 학교 지원금 외에는 외부 지원이 전혀 없어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현재 9명의 조합원 가운데 초기 멤버는 이씨를 포함해 2명뿐일 정도로 인력 변동이 심한 점도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씨는 루트온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밀알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다. 이씨는 “현지화라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다시 공정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며 “조합이 활성화되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소외계층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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