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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의 기구한 운명... 해외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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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의 기구한 운명... 해외 사례는?

입력
2017.02.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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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손에 의해 600여년 만에 일본으로부터 고국 땅으로 돌아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법리 싸움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은 정부가 보관 중인 불상을 부석사에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대전지법 다른 재판부에서 검찰이 낸 불상 인도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종 판결 전까지 부석사가 아닌 국가가 불상을 보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원래 불상이 만들어진 부석사로의 반환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앞으로 다른 국외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라도 절도해 온 불상은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일본 내 반한감정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일관계를 해치지 않고 불상의 주인을 제대로 가리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인가.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세계 여러 사례를 Q&A 형식으로 살펴보며 불상의 앞날을 점쳐본다.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원래 불상이 만들어진 부석사로의 반환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앞으로 다른 국외문화재환수를 위해서 절도해 온 불상은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원래 불상이 만들어진 부석사로의 반환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앞으로 다른 국외문화재환수를 위해서 절도해 온 불상은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논쟁의 핵심은?

불상의 원 제작지는 서산 부석사지만, 2012년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 섬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이를 훔쳐오면서 논쟁이 발생했다. 논쟁의 핵심은 14세기 일본의 약탈 여부다. 절도범들은 신라시대 만들어진 금동보살입상도 함께 훔쳐 왔으나 국내에서 이 불상의 소유를 주장하는 사찰이나 단체가 없어 2015년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간논지의 역사적 기록을 보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약탈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대표도 “절도단을 긍정할 순 없지만 프랑스의 경우도 문화재 소장자가 취득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불법 약탈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은 “부석사 불상은 도둑질해온 걸 돌려주느냐 마냐가 핵심인데 마치 문화재 환수문제인 것처럼 비친다”고 반박했다.

-도난 문화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은 어떠한가?

문화재 반환 분쟁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국제 협약은 1970년 유네스코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이다. 전문을 보면 “자국 내 영역 내에 존재하는 문화재를 도난, 도굴 및 불법적인 반출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부과된 책임”이라고 명시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도 외국 문화재가 불법 반출된 것이라면 이를 반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절도범들이 불상을 들여왔을 때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원래 만들어진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6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다른 미술품들을 대여받는 조건으로 이탈리아에 문화재 21건을 반환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현존하는 고대 꽃병 도자기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유프로니오스 크라테르’가 2008년 이탈리아 국립에트루리아박물관으로 돌려보내졌다.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이 꽃병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972년 미국의 한 고미술품 거래상에게 100만달러를 주고 적법하게 구입했다고 주장하나 이탈리아는 도난 당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탈리아는 긴 협상 끝에 이 문화재는 반환 받았고, 보스턴 미술관, 폴 게티 박물관, 프리스턴 대학 박물관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해 문화재 68점을 돌려 받아 2007년 ‘귀향: 되찾은 걸작들’이라는 대형 전시를 열었다. 이탈리아는 ‘문화재는 만들어진 장소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는 논리로 잃어버린 유물 환수에 적극적이다. 동시에 자신들이 약탈해 온 문화재 반환에도 협조적이다.

-문화재 반환 논쟁 중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인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들(일명 엘긴 마블). 문화재는 인류의 유물이라는 영국과 유물을 기원지로 돌려줘야 한다는 그리스 사이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인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들(일명 엘긴 마블). 문화재는 인류의 유물이라는 영국과 유물을 기원지로 돌려줘야 한다는 그리스 사이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893년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에서 발굴해 독일에 기증한 프리아모스의 보물도 논쟁거리다. 고대 그리스 트로이와 미케네의 황금·보석장신구 수 백 점인 프리아모스의 보물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베를린 왕립박물관에 전시돼 있었다. 전쟁 발발 뒤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장신구 일부가 1993년 모스크바 푸시킨 박물관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옛 소련군이 베를린에서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전리품이라 주장하고 독일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보물이 발굴된 지역인 터키는 자신들이 소유권을 지녔다는 입장이다.

프리아모스의 보물.
프리아모스의 보물.

-정부 협상 외에도 반환 방법이 있는가.

중국은 민간의 노력으로 문화재를 되찾기도 했다.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원명원을 파괴하고 청동 12지신상 등 문화재를 약탈했다. 2000년 중국 바오리 그룹은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서 12지신상 중 소ㆍ원숭이ㆍ호랑이머리 청동상을 46억여원에 낙찰 받았다. 2007년에는 홍콩 기업가 스탠리 호가 소더비 경매장에 출품된 말머리 청동상을 102억여원에 구입해 중국에 기증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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