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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11년 만의 반성

입력
2016.02.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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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스태프가 영화제를 앞두고 상영될 영화의 필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6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스태프가 영화제를 앞두고 상영될 영화의 필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영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요즘 페이스북에 자신의 소재지와 일정을 자세히 소개하곤 한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를 거쳐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독일로 향한다는 그의 건조한 글 속엔 묘한 활력이 넘쳐난다. 글자 사이를 채운 강한 의지가 강행군의 고단함을 밀쳐낸다. 11년만의 ‘복직’이 생성한 에너지가 지구 반 바퀴 거리까지 전해진다.

2004년이 저물 무렵 충무로는 술렁였다. 예상치 못했던 소식 때문이었다. 부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김홍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해촉을 가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계는 곧 들끓었다. 영화제를 순조롭게 이끌어온 김 위원장이 합당한 이유 없이 해촉됐다고 판단해서다. 조직위원회가 내민 표면적 사유는 김 위원장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으로 임명돼 영화제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방법을 동원할 만한 이유치고는 구차했다.

곧 진짜 해촉 사유가 영화인들 입에 오르내렸다. 조직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한 영화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2004년 부천영화제 개막식에서 김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 이름을 호명하지 않아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이었다. 조직위원장은 당시 홍건표 부천시장이었다. 위원장 해촉은 여러 스태프의 해촉으로 이어졌다. 계약기간이 남은 직원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 통보나 다름없었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도 당시 눈물을 뿌리며 부천을 떠나야 했다.

부천영화제가 마땅한 해촉 사유를 내놓지 못하자 영화인들은 영화제 불참을 결의하며 맞불을 놓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국내 ‘넘버2 영화제’로 자리 잡았던 부천영화제의 몰락은 그렇게 시작됐다.

부천영화제가 뒤늦게 과거사 반성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열린 조직위원회 정기총회는 2004년 해촉된 영화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로 결의했다. “영화제의 자율성이 비합리적인 근거와 절차로 침해 당하고 영화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에 대한 유감 표명도 있었다. 11년 만에 이뤄진 김영덕 프로그래머의 ‘복직’은 총회 결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유지의 눈 밖에 나지 말 것. 여러 영화제 관계자들이 종종 언급하는 금언이다. 단체장들이 영화제 지원금을 무기 삼아 ‘갑질’을 일삼으니 영화제 관계자들도 영화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나름의 처세술을 만들 수밖에.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던 김만수 부천시장은 이번 총회에서 명예조직위원장으로 물러났다. “영화제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7월 열릴 제20회 부천영화제에 벌써 눈길이 간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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