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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 창업국가를 위한 제언

입력
2017.07.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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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4대 복합ㆍ혁신과제 중 하나인 혁신 창업국가 구상이다. 4대 복합ㆍ혁신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비전을 모두 녹여 최우선으로 추진할 과제를 추린 것이다. 이 중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ㆍ육성하는 혁신 창업국가 구상은 당장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대책 및 소득주도 성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투자촉진법을 만들어 2022년까지 신규 벤처펀드 5조원을 조성해 벤처 및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할 계획이다. 또 올해 정책금융 연대보증 면제대상을 넓히고 내년에 창업기금 부담금 면제범위를 확대해 2022년까지 기술창업 5만6,000명, 재창업자 5만5,000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벤처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하고 성장의 과실을 벤처기업까지 고루 누리는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기업의 수익에 따라 일자리와 경제성장이 좌우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부가 돈을 들여 벤처나 스타트업 창업을 독려해야 할 때는 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벤처기업은 3만개, 지난해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2조원이 넘는다. 결코 숫자가 모자라서 관련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각종 투자나 지원을 받아 창업한 벤처와 스타트업이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면 벤처와 스타트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장서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해야 한다. 정부 조달시장의 입찰 기준과 조건을 벤처기업들과 스타트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낮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에서는 실적을 따지지 않고 벤처와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달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벤처 및 스타트업과 맺는 사업 계약은 예산계획에 맞춘 1년 단위가 아닌 최소 3년 이상 장기로 해야 한다. 규모가 적은 스타트업은 1년 단위 계약으로는 성장하기 힘들다. 매년 정부 예산계획에 따라 새로 사업계약을 해야 한다면 결코 벤처나 스타트업이 사람을 뽑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더불어 벤처와 스타트업 지원에 국적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기여도이다. 외국 스타트업이라도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을 고용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정부 조달 시장 참여는 물론이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미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중에 숨은 외국기업들이 많다. 창업자가 한국인이어서 국내 벤처나 스타트업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외국계 자본이나 기업의 지원을 받은 경우가 꽤 많다.

중요한 것은 벤처나 스타트업 지원을 결코 단기적 실업자 구제책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자꾸 취업과 연계해 생각하니 창업 지원으로만 치우치고 근본적인 육성책이 나오지 않는다. 창업 지원책은 시장에 필요한 기업보다 정부 지원을 받기 쉬운 창업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아서 사람을 많이 뽑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려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이를 인내와 끈기로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별 육성은 민간 투자업체들이 알아서 더 잘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을 만들어 2단계 성장이 가능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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