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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로 전립선암ㆍ신장암 치료 선도…환자 안전ㆍ수술 효과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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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로 전립선암ㆍ신장암 치료 선도…환자 안전ㆍ수술 효과 높여

입력
2017.07.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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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과의사다] 홍성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수술만 잘하는 의사보다 소통하는 의사 되고파

홍성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 안전과 수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로봇수술을 통해 전립선암과 신장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홍성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 안전과 수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로봇수술을 통해 전립선암과 신장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인체의 비뇨기관은 소변을 만들고 운반하고 배설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비뇨기과는 요로계(콩팥 요관 방광 요도)와 남성 생식기관(고환 부고환 사정관 음낭 음경), 부속성선(전립선 정낭 구요도선)과 부신에 생기는 질환을 다루는 분야다.

홍성후(46)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 가운데 전립선암과 신장암 치료에 특화된 외과의사다. 그가 이 두 질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은 수술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착한 암’으로 불린다. 조기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암세포가 온 몸으로 퍼진 뒤 발견하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고약한 암으로 변한다. 수술은 늦은 발견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전립선암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신장암은 항암ㆍ방사선 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 힘든 고약한 암이다. 수술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홍 교수는 “신장암은 수술에 따라 환자 생명이 좌우되기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쥐고 있는 사람이 외과의사”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를 수술로 살릴 수 있는 외과의사가 된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봇수술로 환자 안전ㆍ치료 효과 높여”

홍 교수는 선ㆍ후배 외과의사들에게서 타고난 손재주를 가진 의사로 평가 받고 있다. 비뇨기관은 신경과 혈관이 얽혀 있어 암을 수술할 때 신경과 혈관을 손상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를 열지 않고 수술부위에 몇 개의 구멍을 내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은 의사의 손기술이 결과를 좌우한다.

홍 교수의 손재주는 국내 비뇨기 복강경 수술 선구자인 황태곤 전 서울성모병원 원장(비뇨기과 교수)을 만나 업그레이드됐다. 황 전 원장에게서 복강경 수술기법을 오롯이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립선암과 신장암 수술에 로봇수술을 접목했다. 최소침습으로 환자 안전은 물론 수술효과까지 극대화됐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전립선은 좁은 골반 안에 있다. 그 주위에는 신경, 혈관, 요도 괄약근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전립선암 수술은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종양 제거 후 방광과 요도를 다시 연결하는 재건수술을 해야 한다. 홍 교수는 “3D 입체화면으로 수술부위를 정확히 찾을 수 있고, 로봇팔로 자유롭게 수술부위에 접근할 수 있기에 로봇수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은 신장암 수술에 가장 좋은 수술이다. 신장암 수술은 종양 제거와 함께 남아 있는 콩팥 기능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양 제거 시 과다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콩팥과 연결된 혈관을 차단한다. 혈관 차단 시간이 길어지면 콩팥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된 수술결과를 낼 수 없다.

홍 교수는 “혈관을 차단한 뒤 종양을 제거하고 피와 소변이 새지 않게 콩팥을 봉합하는 시간이 30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수술부위에 빠르게 접근해 이른 시간 내 종양을 제거하고 콩팥을 복원하는 데에는 로봇수술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만으로도 ‘명의’ 소리를 듣는 그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수술이 끝난 수술방에서 혼자 로봇수술기법을 수없이 연마했다. 외과의사라는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홍 교수는 “로봇팔로 쌀알 크기 정도 종이학을 접게 됐을 때 비로소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환자와 진솔하게 소통하려고 노력”

홍 교수는 수술 잘하는 외과의사에 그치지 않고 마음 따뜻한 의사가 되려고 한다. 환자들과 끊임없이 진솔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의사가 돼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고 싶다’던 꿈 때문만은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보면서 삶을 성찰했기 때문이다.

비뇨기과는 요즘 인기가 떨어진 외과 내에서도 전공의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진료과다. 하지만 홍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비뇨기과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서구식 식생활로 전립선암 등 비뇨기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의료인력 충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앙암등록본부가 2016년 11월 발표한 암 발생률 추세변화를 보면 남성 암 가운데 전립선암 환자는 지난 15년 동안 10만명당 9.7명에서 26.5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홍 교수는 “전립선암은 갑상선암과 함께 발병률과 발생속도가 가장 높고 빠른 암”이라며 “멀지 않은 장래에 남성 암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기에 치료는 물론 항암제 개발, 기초연구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과의사는 독수리 눈과 사자 심장, 여자 손(탁월한 손재주) 등 세 가지를 겸비해야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현 시대는 환자와 소통하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의사를 요구하고 있다. 시대가 원하는 외과의사를 만났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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