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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대선 정국 겨냥한 듯… 김정은 “누구와도 손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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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대선 정국 겨냥한 듯… 김정은 “누구와도 손 잡겠다”

입력
2017.0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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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ㆍ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ICBM 발사 준비 마감단계”

경제보다 핵ㆍ미사일 앞세워

“남북 상호 비방 중단”제안

트럼프 행정부는 언급 안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한국 시간 낮 12시30분)부터 28분 동안 발표 영상을 중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한국 시간 낮 12시30분)부터 28분 동안 발표 영상을 중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경제 대신 다시 핵과 미사일을 앞세웠다. 그러면서도 “누구와도 손잡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빌미로, 올해 대선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해 7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내부 전열을 정비하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군사도발과 대화 카드를 동시에 활용해 대외상황 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신년사 육성연설에서 “지난해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됐다”며 “핵 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수소탄시험과 공격수단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 등을 성과로 거론하며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ICBM 발사실험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년사의 대부분을 경제분야에 치중하며 ‘핵 능력’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과 달리, 올해는 핵 무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에 과거보다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뤘다.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예고된 남쪽 상황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가야 한다”며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특히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호비방 중단을 먼저 거론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전쟁연습 소동이라고 비판하면서 남한 정부를 향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진지한 노력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2015년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공세적이던 것과 달리,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남북회담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또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지난해 전민항쟁은 보수당국에 대한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촛불집회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한의 통일운동을 활성화하고 진보세력과의 연대 메시지를 던져 다가올 대선정국에서 이슈를 점화하기 위한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미국을 향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상투적인 표현을 반복하는데 그쳤고, 트럼프 행정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만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좀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신년사가 정책에 고스란히 투영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을 언급하지 않아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ICBM 발사를 잇따라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속히 얼어 붙었다. 또한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기치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어, 미 측과 대화의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공언한 ICBM 발사에 실제 나선다면 북미관계는 또다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2012년 양국은 2ㆍ29합의를 맺었지만 같은 해 4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휴지조각이 된 전례도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북한이 3월 한미 키리졸브 연습 직전에 핵ㆍ미사일 등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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