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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안줘도… ‘빽’ 통한 청탁들 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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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안줘도… ‘빽’ 통한 청탁들 다 걸린다

입력
2016.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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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부정 청탁 유형

국립대병원 진료순서 끼어들기

코레일 직원에 명절 차표 ‘민원’

공무원ㆍ교사 근무지 꽂아넣기

군 입대 아들 부대ㆍ보직 청탁

학연ㆍ지연ㆍ혈연 ‘줄대기’안 통해

‘병원 진료 끼어들기’ ‘명절 KTX 표 구하기’ ‘가까운 부임지ㆍ편한 보직 꽂기’…

이는 속칭 ‘빽’(제3자)을 동원해서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익숙한 청탁 사례들이다. 하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는 모조리 제재 대상이 되며 이를 들어준 공직자는 형사 처벌까지 받는다. 특히 돈이 오가지 않고, 청탁이 실패했더라도 ‘빽’을 통해 부정한 청탁을 한 것만으로도 제재를 받게 돼 우리사회 청탁 문화가 격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대가성 입증과 무관하게 금품 수수 자체를 규제하는 내용과 역으로 금품이 오가지 않더라도 부정한 청탁만 해도 규제하는 내용의 두 가지 큰 줄기로 구성돼 있다. 청탁한 사람과 이를 전달한 사람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고,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아예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공직자가 청탁을 두 차례 받을 경우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징계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두 번만 ‘민원 전화’했다간 곧바로 신고를 당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은 금지대상인 부정청탁을 14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공부문 전 분야에 걸친 ‘규정 위반의 청탁’ 을 망라하고 있어 그간 관행이던 수많은 청탁이 처벌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과 지연, 혈연의 줄을 타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던 청탁 관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병원 진료 끼어들기’다. 국립대병원 진료를 받으려는 A가 접수순서가 밀리자 전천후 인맥을 자랑하는 친구 B를 통해 병원의 원무과장 C에게 진료 순서를 앞당겨 줄 것을 부탁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간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청탁 중 하나로 상당한 액수의 금품이 오가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공공기관이 생산ㆍ공급ㆍ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정상적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사용 ㆍ수익ㆍ점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이다. 돈이 오가지 않았고 원무과장 C가 청탁을 거절해도 A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B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C가 청탁을 들어줬다가 적발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다만 A가 직접 C에게 부탁할 경우 A는 제재를 받지 않으며, 이를 들어준 C만 형사 처벌을 받는다. 본인이 스스로 하소연하는 것은 제재하지 않되, 속칭 ‘빽’(가족까지 포함한 제3자)을 동원하면 다 걸리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빽’을 동원할 생각 자체를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A의‘빽’을 부러워하거나 ‘A가 급했나 보다’생각해 정식으로 이의 제기하는 사람조차 없었다”며 “하지만 앞으론 명백한 불법이며 신고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새치기 당한 환자들의 감시의 눈 때문에 ‘병원진료 끼어들기’ 등의 문화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명절 때‘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는 KTX 표 청탁도 이 같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 역시 공공기관의 재화ㆍ용역을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 발령에 따라 근무지를 옮기는 공무원 조직 사이에서 광범하게 이뤄지던 부임지 청탁도 제3자를 동원하기 어렵게 된다. 순환 근무를 하는 국공립 학교 교사, 경찰 등 공무원들이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서 근무하기 위해 교육감, 지방경찰청장 등 인사권자와 연이 닿는 사람을 통해 ‘민원’을 넣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영란법은 채용이나 승진, 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또 병역 관련 직무도 부정청탁 대상 직무로 분류해놓고 있다. 가령 군 입대 아들의 부대 배속이나 부여되는 보직 등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청탁만 해도 불법 행위가 되는 것이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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