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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초기 논의 여과 없이 공개… 미 반발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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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초기 논의 여과 없이 공개… 미 반발 불 보듯

입력
2017.06.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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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 ‘1+5’ 배치 보고 확인

정상회담 코앞 공개 미 압박 노려

배치 원점 회귀 가능성 배제 못해

“前정권에 책임 전가 무리수” 지적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연합뉴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관련 “발사대 1기는 올해,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고 ‘폭탄 발언’을 하면서 가뜩이나 삐걱대는 사드 배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방부가 당초 밝힌 사드 배치 일정을 송두리째 뒤집으면서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내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초창기 논의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13일 경북 성주로 사드 배치 장소를 발표하면서 “내년(2017년) 안에 배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미간 염두에 둔 배치시점은 올해 11월이다. 대선이 12월에 정상적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한 합의였다. 이후 양국은 북한의 고조되는 위협을 감안, 11월에서 9월로 배치시기를 앞당겼고 지난해 11월 4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향후 8~10개월 안에 사드 포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올해 7~9월이 다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바삐 움직이면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할 업체를 서둘러 선정하더니 사드 배치시기를 올해 5월로 다시 앞당겼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부터 두 차례 미국을 다녀오면서 사드 조기 배치 일정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미는 3월 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먼저 들여오면서 ‘사드 알박기’에 나섰다. 나머지 4기의 발사대는 4월 말 부산항에 도착했다. 그 사이 레이더도 한국에 도착했고, 4월 26일 새벽 전격적인 공수작전을 통해 발사대 2기와 레이더가 성주 골프장에 먼저 배치됐다. 남아있는 4기의 발사대는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다.

국방부는 한미 간의 협의 및 사드 배치 전 과정을 비밀리에 추진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적잖은 충격이다. 그러나 실제 한미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합의한 최초 계획은 발사대 1기 우선 반입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사드를 제작하는 미 록히드마틴사가 올해 사드를 추가로 생산할 여력이 없다”면서 “사드 발사대는 1기를 먼저 배치하고 이후 5기를 들여오는 1+5로 시작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 같은 1+5 계획을 최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폭탄발언 시점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미국의 거센 반발은 물론, 사드 배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는 이미 레이더와 함께 발사대 2기가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어떤 변경 조치도 취한 바 없다”(미 CBS 인터뷰)고 미국을 안심시키며 올해 내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해오던 터였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가 이미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양국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사드 조기 배치를 추진한 김 전 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정부 안보라인 수뇌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10억 달러(약 1조원)를 이미 우리 측에 전가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거친 맞대응은 사드를 넘어 우리가 부담해야 할 전체 안보비용을 가중시키고 한미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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