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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찾은 日 대주교 "눈물 참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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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찾은 日 대주교 "눈물 참을 수 없어"

입력
2014.11.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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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교류위해 방한한 주교 15명, 한국 주교 10명과 함께 첫 방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위로하고 사죄, 시종일관 고개 숙이고 경청

제20회 한ㆍ일 천주교 교류모임의 일환으로 10일 한일 천주교 주교들이 경기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 가운데 마쓰우라 고로 주교(오사카 대교구 보좌주교)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광주=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제20회 한ㆍ일 천주교 교류모임의 일환으로 10일 한일 천주교 주교들이 경기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 가운데 마쓰우라 고로 주교(오사카 대교구 보좌주교)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광주=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마쓰우라 고로 오사카 대교구 보좌주교의 음성이 떨렸다. 그는 “일본 내 각 교구가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고쳐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오사카 대교구장인 마에다 마요 대주교는 위안부 할머니의 얘기를 조용히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 할머니들이 무참하게 짓밟혔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눈물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천주교 주교 15명과 한국 주교 10명이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았다. 양국 천주교 주교들이 단체로 불교사단법인인 이 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방문은 양국 주교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졌다. 일본 주교들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한일 주교교류모임에 참석하기에 앞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한국 주교들이 동행하겠다고 화답한 것. 송용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은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양국 주교들이 뜻 깊은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검은 신부복 차림의 양국 주교들은 엄숙했다. 특히 일본 주교들은 시종일관 할머니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본 가톨릭신문 편집장인 세가와 다이지 주교는 끊임 없이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는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빠짐 없이 기록해 신문에 싣겠다”며 “일본 사회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어려움을 널리 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교들의 표정은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기념관에 들어서면서 더욱 굳어졌다. 5년 째 나눔의 집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일본인 쿠도 치아키(50)씨가 당시 위안부의 처지를 설명할 때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숨을 죽인 채 경청했다. 일부 주교들은 기념관 안에 설치된 위안부 막사에 직접 들어가 벽과 침대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듯 두 눈을 감기도 했다. 기념관을 나서던 마에다 대주교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권,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위안부는 시대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교들의 방문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이 함께 했다. 올해 8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받았던 강의출, 김군자 할머니도 있었다. 이옥순 할머니는 “일본에서 높으신 주교님들이 이렇게 직접 찾아와 위로해줘서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나눔의 집을 방문한 일본 주교 15명은 11~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서울대교구청에서 개최하는 제20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참석한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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