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돌고돌아 허창수 회장 연임…전경련 쇄신 가능할까

알림

돌고돌아 허창수 회장 연임…전경련 쇄신 가능할까

입력
2017.02.24 17:38
0 0

해체 위기에 몰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새 회장을 찾는데 실패해 결국 허창수(69) 현 회장(GS그룹 회장)이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정경유착의 주범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탈퇴로 위상이 추락하면서 전경련을 이끌겠다는 기업인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24일“정경유착을 근절하고 환골탈태해 전경련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쇄신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던 새 회장 선출마저 실패하면서 전경련의 개혁 작업에 힘이 실리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3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정경유착 근절 ▦조직 운영의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때 모금 실무를 담당해 전경련의 위기를 초래한 이승철 부회장 후임으로는 권태신(68)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임명됐다. 전경련은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외부 인사 3명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쇄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돌고 돌아 결국 허창수 회장 유임

당초 이번 총회 때 물러나기로 했던 허 회장이 연임을 결정한 것은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회장 중에 나서는 이가 없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모두 고사하면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다급해진 허 회장이 직접 재계 인사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무산됐다.

특히 손 회장은 수락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최종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데다 정치권에서 전경련 해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주변에선 “맡아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허 회장이 연임의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허 회장은 총회에 앞서 연임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더 좋은 분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쇄신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적임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전경련 회장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날 총회는 참석 대상인 554개 회원사 가운데 100여명만 참석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80% 가량은 위임장을 제출했고, 회장단 중에서도 혁신위원인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만 참석했다.

3월까지 혁신안 내놓겠다지만

이날 새로 임명된 권태신 상근부회장은 “늦어도 3월 안에 혁신안이 나올 수 있도록 회장단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상당 부분 책임을 갖고 있는 허 회장과 한국경제연구원장 출신으로 사실상 내부 인사인 권 부회장 체제에서 근본적인 개혁 작업과 체질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한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이들이 내는 연간 회비는 2015년 기준 전체 전경련 회비 수입 492억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올해 전경련의 사업 예산은 작년과 비교해 40% 줄어든 235억원으로 축소됐다. 권 부회장은 “전경련이 부채를 갖고 운영할 수는 없으니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추가로 회비 증액을 할 수 없어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 회장은 4대 그룹의 복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잘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태다. 4대 그룹 관계자는 “탈퇴한지 한달도 안 됐는데 재가입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전경련의 쇄신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회원 기업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도 전경련측에 탈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승철 부회장의 퇴직금이 2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전경련의 도덕성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경련 외부의 반응도 싸늘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허 회장은 말뿐인 사과와 쇄신 꼼수를 중단하고 자발적 해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혁신위원회에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를 반반씩 넣겠다는 데,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위원회가 쇄신안을 만드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며 “완전히 외부 인사에게 쇄신을 맡기지 않으면 환골탈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